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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미니시리즈 재대결 M-TV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양 TV의 드라마 경쟁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미니시리즈들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왕룽일가』등 짭짤한 재미를 본 미니시리즈들로 항상 MBC보다 뒤져오던 드라마 판도를 역전시켜놓은 KBS는 28일부터 『지워진 여자』라는 새 작품을 내놓는다.
MBC도 이에 맞서 『사랑의 종말』 후속프로인 조선작 원작의 『완전한 사랑』을 3월부터 선보인다. M-TV는 김수현작의 야심에 찬 주말연속극 『배반의 장미』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마당 깊은 집』에 이어 최근 시작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등 미니시리즈들이 대단한 성과를 거두자 이번 『완전한 사랑』을 계기로 전세를 뒤엎을 기세다.
『빙점』 후속프로인 KBS-2TV의 『지워진 여자』는 「외국 번안작품에만 의존해 왔다」는 비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미니시리즈 공모 당선작품.
이 작품은 특히 동구가 급변하고 있고 북한의 변화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지금 남북한 분단의 아픔을 현재의 가상인물들을 통해 조명해보고 있다.
한민족의 통일을 위한 막후 접촉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울 뿐더러 이들이 각각 비극적인 여주인공(이경진 분)의 북한 생부와 남한 양부가 되는 기묘한 상황설정도 이채롭다.
『지워진 여자』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20여년간 식물인간으로 남게되는 한 여인을 통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이러한 비극의 근원을 추적해가는 한 신문기자의 모습도 그려진다.
미니시리즈로선 드물게 싱가포르에서 로케한 『지워진 여자』에는 정한용·이영하·이경진·김성일·이효춘 등 중견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한편 M-TV의 『완전한사랑』은 베테랑 연출자인 선우완 감독의 정통 멜러물로 4부작으로 엮어지는 한편의 장편영화.
이기주의와 물질만능 시대에 타락해 가는 21세의 젊은 여자와 이에 절망적으로 빠져드는 중년 직장인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다.
특히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하재영과 만년 청소년 스타로 여겨졌으나 놀랍게도 성인으로 변신한 이상아가 캐스팅 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흔해빠진 연애소설과 같은 이야기지만 젊음과 미모를 가진 한 여인의 애절한 삶과 절망을 드라마 전편에 깔아놓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비극을 표현해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다.
양 TV의 이같은 새로운 미니시리즈가 외국 번안물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주말연속극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던 『빙점』과 『사람의 종말』의 후속 프로로 얼마나 더 인기를 유지하게 될지도 주목거리다.
내용이 늘어지기 쉬운 연속극과는 달리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는 미니시리즈가 앞으로도 TV드라마의 주류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러한 양TV의 드라마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즐거울 것 같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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