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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마찰 수위조절/미ㆍ일 정상 왜 급작스레 만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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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 구조협 난항… 최악의 관계/가이후 정치입지 강화 속셈도
가이후(해부) 일본 총리가 다음달 2,3일 급작스럽게 미국을 방문,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양국간의 통상마찰이 그만큼 고수위에 올라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수있다.
이와함께 가이후 자신이 미국을 방문,현안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민당내에서의 자신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다지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민당은 당초 다케시타(죽하)전 총리를 3월중순께 방미시켜 부시 대통령과 최근의 소련 및 동구사태 대변혁등 국제정세와 미일통상현안에 관한 의견교환을 계획해 왔으며,아베(안배) 전 간사장도 미국방문의 의욕을 강하게 보여왔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이후 총리는 27일로 예정된 조각에서 리크루트관계인사의 배제등으로 「해부 색깔」을 짙게하는 한편 대미외교에서도 기선을 제압,「2기 집권」의 기반을 튼튼히 구축하려는 속셈이 숨어있다는 관측이다.
가이후 총리는 지난번 총선후에는 4,5월께 방미,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동구 대변혁이후의 군축을 포함한 미소관계등 달라진 국제정세를 두고 비교적 여유있게 의견을 나눌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부시 대통령의 「급작스럽고도 강력한」 요청을 받고 그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부시­가이후 정상회담이 열리게된 경위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미일간의 핫라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22,23일에 열린 제3회 미일 구조협의가 전혀 합의를 보지 못한채 끝난지 몇시간도 안돼 부시 대통령의 긴급연락이 있었다는 것도 이런 관측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미국측은 이번 미일구조 협의에서 ▲대규모 소매점포법(대점법)의 철폐 ▲독점금지법의 개정 ▲공공투자의 확대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으나 일본측으로부터 확실한 응답이 없자 『실무차원의 회담은 이제 불필요하다. 정치차원의 해결책만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4월중으로 예정된 구조협의 중간보고를 앞두고 열린 이번 협의결과를 두고 일본측도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통산성간부)고 털어놓은 것도 이런 사정을 짐작케 한다.
부시대통령은 가이후 총리와 직접 만난 자리에서 이에대한 미국측의 불만을 솔직히 전하고 일본의 시장개방과 관련,보다 성의있는 조치등 정치적 결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일간의 긴장파고는 지난해 9월 제1차 구조협의가 시작된 때부터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동구의 민주화 움직임과 소련의 개혁조치이후 미소간의 데탕트무드가 높아지고 있는 새로운 정세변화 속에서 미일간은 오히려 전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총리 주변과 외무성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이 위험부담도 많다고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다.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부시 대통령이 어려운 요구를 해올 경우 이에 쉽게 응했다가 실현이 어렵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불안인 셈이다.
그럼에도 가이후 총리는 『아무래도 미국측이 모종의 주문을 해올 것은 틀림없으므로 차라리 조기 방미를 통해 당내 주도권을 쥐는게 득』이라고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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