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훈장 팔아 뇌물 챙기는 농림부 공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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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농림부 공무원들이 훈장과 표창장을 미끼로 거액의 뇌물과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훈장을 뇌물 수단으로 활용한 경우는 드문 편이라 그 수법이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는 농림부 공무원들이 15명이나 연루돼 있다. 6급 주사에서부터 사무관.서기관, 고위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 부이사관(3급)까지 포함돼 있다.

이들은 우수농산물 선발대회에 참여한 업체들에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 기준을 알려줬고 수출 실적을 조작해 공적조서를 허위로 작성해 주기도 했다. 자격이 안 되는 업체를 포상 대상자로 추천하도록 산하기관에 압력을 넣었다. 그렇게 해서 석탑산업훈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이 나갔다.

엉터리 우수농산물 업체는 상장을 내세워 소비자를 속인 덕분에 매출이 세 배 증가했고 어떤 제품은 대통령 접견인사의 답례품으로 선정됐다. 농림부 공무원들은 민간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이 땅 투기에 전용된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주기도 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농림부 감사관실과 감사원은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나간 훈장과 표창은 3만 건이 넘는다. 이 많은 상들이 제대로 나갔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얼마 전엔 철도청 6급 공무원이 시설 이전비 등을 엉터리로 계산해 3년간 28억원을 빼돌렸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 정부는 입만 열면 "참여정부는 깨끗한 정부"라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해왔다. 또 공무원들에게 끊임없이 혁신을 강조했는데, 혁신의 5대 목표 중 하나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 혁신의 끝이 뇌물과 향응 잔치인지 묻고 싶다.

부패는 규제를 먹고 자란다. 이 정부가 규제 철폐를 외쳐댔지만 민간의 체감도는 극히 낮은 편이다. 규제를 하나 없애면 다음날 새 규제가 생긴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규제를 붙들고 있으니 뇌물이 개입하는 것이다.

또 공무원들이 많으면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권한을 행사하기 마련이다. 이 정부 들어 공무원이 2만 명 이상 늘어났다. 부패 척결을 위해서라도 작은 정부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