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증시로 오세요" 런던거래소 깁슨 회장, 한국기업 유치 위해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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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자본시장의 심장, 증권거래소들의 사활 경쟁이 한창이다. 외국 기업 상장 유치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다른 거래소와의 합병에도 적극적이다.

세계 두 번째 규모 거래소인 런던증권거래소(LSE)가 5일 연 오찬 간담회도 그런 취지였다. 영국 대사관과 함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국내 기업 및 증권사 관계자 50여명을 초청했다. 회장이 직접 방한해 국내 기업의 LSE 상장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LSE 크리스 깁슨-스미스 회장은 "한국의 성장 배경에는 세계 금융 시장에서 국제 자본을 적극 유치하려 한 한국 기업의 열의가 있었다"며 "자본 조달 비용이 적게 드는 LSE 상장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깁슨 회장은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거래비용이 낮으며, 깊이 있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많은 런던 시장이 한국 기업의 상장에 매력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LSE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10여개 한국 기업이 LSE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3곳은 상당한 수준까지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의 나스닥이라 불리는 대안투자시장(AIM)에도 넥슨.티쓰리 등 한국 벤처기업이 상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LSE에 상장된 한국 기업은 최근 상장한 롯데쇼핑을 비롯,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KT.금호타이어 등 10개다. 시가총액으로 190억 달러 규모다.

한국 기업을 상장 유치시키는 데 회장이 직접 나선 데는 LSE의 위기감이 바탕에 깔려있다. LSE는 그간 수많은 인수합병(M&A)설에 휘말려왔다. 미국 나스닥은 3월 LSE에 주당 9.5파운으로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었으나, LSE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LSE를 M&A한다는 설도 시장에 퍼졌었다. 이 소문은 결국 NYSE가 6월 유럽의 다른 거래소인 유로넥스트를 합병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나스닥의 LSE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을 보도하는 등 유럽 최대 자본시장으로서의 LSE 자존심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상장 기업 수를 늘려 덩치를 키우는 것은 LSE의 생존 과제가 됐다. LSE에 상장된 1700여개 기업 중 외국 기업은 600여개. 그 중에서도 특히 신흥시장에 속한 한국 기업들은 LSE의 큰 손님이다. 올 들어 런던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3개 기업 가운데 2곳이 한국 기업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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