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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영재 교육<상>두뇌자원 조기 발굴 국가가 도맡아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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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현대는 두뇌의 시대다. 로킷·컴퓨터·생명공학 등 첨단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집약화 되면서 고급두뇌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제 2류급 인물 10명이 1류급 인물 1명을 대치할 수 없게 되었다. 그만큼 과학기술분야의 영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각국은 과학영재의 부족을 국가의 위기로까지 인식할 만큼 과학영재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다고 내세울만한 자원이 없는 우리 나라에서의「두뇌」 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학영재는 일조일석에 양성할 수는 없으며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영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장기발전계획 등에 아낌없는 투자 ▲영재 조기발굴 및 육성 ▲우수교원과 시설·연수지원 ▲연구활성화 등이 절실하다. 중앙일보는 수학·과학과목에서 최고의 영재를 뽑는 제1회 전국고교생수학·과학경시대회(문교부 주최 서울대과학교육연구소·중앙일보사주관 삼성그룹후원)에서 최우수상과 금상을 수상한 차병철군(17·경기과학고2·과기대합격)등 12명이 1월22일부터 2월4일까지 14일 동안 프랑스·스웨덴·독일·스위스·헝가리 등 유럽의 영재교육모범국가 5개국 연수에 동 행 취재, 이들 국가의 영재·기초과학교육과 과학연구소 운영실태 등을 상·중·하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주>

<불 고등사범학교>
1794년에 설립, 2백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프랑스 최고의 그랑제콜. 과학·문학·인문과학분야의 연구원과 대학교수를 양성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해마다 실시되는 우리 나라 대입예비고사 격인 국가고시합격자(보통 17세)와 파리대학 등에서 예과 (1년)를 마친 학생들을 상대로 엄격한 입학시험(평균 10대1) 을 치러 학생(2백명)을 선발한다.
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학생공무원으로 임명되며 매월6천3백프랑(70여만원)씩의 월급을 받는다. 수학과·물리학과·화학과 등 자연과학분야 학생은 모두 1백명.
수학·물리·화학과 정원은 각15명으로 이중 8명은 국가고사를 거친 학생 (대부분 국가고사 합격 후 2년 공부)중에서 선발하고 나머지 7명은 각 대학에서 예과를 마친 학생 중 추천을 받아 뽑는다.
학생10명중 4명이 여학생이다.
한마디로 대학과 연구소 역할을 하는 대학원 중심의 소수정예 영재교육을 시키고 있다. 교육기간은 5년이며 1학년 때 대학교양과정을 모두 마치고 2학년 때부터 국내 유수의 연구소등과 연계, 실험 등 전문분야연구에 들어간다.
3학년 때부터 박사학의 논문작업에 착수하며 5년째 박사학위를 받아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교수로 진출한다.
학생2명당 교수1명 꼴로 학생들은 교수로부터 과제를 받아 연구·실험한 후 교수와 최종토론을 거친다.
학생마다 개인연구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과별 전문도서관·세분화된 연구실과 실험실 등이 한군데 몰려있다. 특히 유기물질의 구조를 알기 위한 적외선탐지기(IR)·전자공명기(ESR)·핵자기공명기(NMR) 등 세계적 최첨단 실험실구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또 수학의 경우 전세계의 수학에 관한 전문잡지와 참고문헌이 전문도서관에 갖춰져 있어 세계의 최신수학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파리대학 등 국내 각 대학의 최고수준 교수들이 강의 지도, 학과 중심의 정보 교류 시스팀이 잘 돼있는 것이 특징.
프랑스의 유명한 화학자 생스 클레르 드빌(1890년)을 비롯, 철학자요 문학가로 당대 프랑스의 최대 지성 사르트르, 퐁피두 대통령 등이 이 대학 출신이다.
이 대학 화학주임교수 앙드레 라사씨는 『「교육받은 영재의 가치를 모르는 국가는 멸망하기 쉽고 아무리 훈련받은 천군만마가 있어도 기우는 국운을 돌이킬 수 없다」고 한 영국의 과학철학자 앨프리드화이트헤드의 말은 시대의 요청인 영재교육의 중요성을 잘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그러나 영재교육과정을 신설한다고 해서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그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느냐, 즉 영재를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고 어떤 방법으로 교육하며 교육내용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 라고 강조했다.

<파스퇴르 연구소>
광견병을 처음 발견한 파스퇴르의 유업에 따라 1886년에 설립.
미생물학·세균학·면역학·분자생물학·세포생물학등 기초과학연구와 의학·수의학·위생학·보건학·농업·산업 등에 적용되는 응용과학 연구센터이자 대학졸업생을 위한 교육센터 및 기생충학·면역학 등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센터다.
연구원은 모두 1천여명. 이중 6백명은 프랑스 인이고 4백명은 외국인이다.
국내외 일류대학에서 물리·화학·생물·약학 등을 전공한 우수졸업자들이 추천·시험 등 엄격한 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선발된다.
60개의 연구 반이 있으며 이는 다시 8개의 연구 부서로 편성된다.
이들 연구원들은 특히 세균·생명공학·면역학 등 세 가지 분야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원들의 연수기간은 3개월∼2년.
연구소의 연간 연구비용은7백억 달러.
이의 절반은 정부와 기업체 등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체연구개발 등으로 충당한다. 현재 이 연구소의 최대 연구과제는 AIDS백신개발. 몽타니에 박사 팀이 지난해10월 국제AIDS세미나에서 AIDS병원균인 HTLV바이러스를 발견, 백신개발이 매우 낙관적이라고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이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현재 AIDS백신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빠르면 2년 이내, 늦어도 6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혈청면역학의 권위자 엘린메치니코프(1845∼1916년)를 비롯, 65년 노벨생물학상 수상자 앙드레보프 등 3명이 이 연구소 출신이다.
그 동안 이 연구소는 ▲프로바이러스 존재증명(1951년) ▲효소의 적응성과 효소에서 생기는 유기물 합성에 관한 연구 (1955) ▲소아마비 예방 백신 개발 ▲박테리아 성별에 대한 연구 (1956) ▲면역 글로블린의 다른 형태 발견 ▲효소 유기물합성 및 효소활동 조정과정과 단백질 유기물 합성에 대한 연구(1956) ▲항체의 특수형 발견(1963) ▲초산 콜린 분리 및 정화 등 업적을 남겼다.
프랑스는 이같이 그랑제콜과 대학·연구소 등에서 양성한 고급두뇌인 기술인력을 각 산업현장에 공급, 산·학의 연계가 이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성공적인 예가 남쪽 지중해변 소피아시에 있는 세계굴지의 첨단과학단지 소피아 앙티 폴리스.
연구단지 창설초기인 74년까지만 해도 고작 2개 업체50명의 종사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7백여 개에 달하는 연구기관·기업·각종 지원시설에 연구원 1만여명·연구지원인원2만여명의 규모로 발전, 미국의 실리콘밸리·일본의 쓰쿠바 단지에 견줄 정도의 유럽 최대 테크너폴리스로 발돋움했다.
현재 이곳에는 프랑스 국립과학기술연구소를 비롯, 각 분야의 국·공립연구소, 대학연구소, 프랑스 항공총본부, IBM, 다우케미컬, 디지틀사 등 세계유명 다국적 기업의 정보처리센터 및 연구원, 외국의 국립연구기관 등이 집중돼 세계 각국의 연구대상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프랑스는 85학년도부터 국민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튼튼한 과학기초지식을 배양시키고 있다.
그 예로 전 국민학교에 컴퓨터를 보급, 5년 과정동안 50∼80시간을 배정해 컴퓨터교육을 시킴으로써 과학기술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기고 있다.
글·사진 유럽=김국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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