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경영예측 “주먹구구”/자금수급전망 몇천억씩 틀리기 일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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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천억 점친 89순익 무려 7천억
한전의 자금수급전망이 고무줄처럼 크게 늘었다 줄었다 한다. 전기료를 내리냐마냐 하는 문제를 떠나 그 근거가 되는 경영실적ㆍ재무전망 등에 관한 수치가 몇달만에 수천억원씩이 왔다갔다 한다.
결국 합리적인 예측능력이나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책당국인 동자부도 이같은 한전의 제시자료들을 자체 심사분석을 통해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최근 지난해 결산에서 전년에 이어 다시 1조원 이상(세전 1조1천89억원)의 막대한 순익을 냈다.
세후 7천6백59억원에 이르는 이같은 이익규모는 한전이 당초 지난해 예산에서 잡았던 4천3백19억원(당기순익)보다 거의 배에 달하는 것이며 작년 7월 7% 전기료인하때 제시했던 5천8백35억원 전망에 비해서도 1천8백24억원이나 많은 것이다. 전기료를 1% 내리는데 4백79억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요금인하로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던 한전의 당초 주장과 달리 기대 수익을 내고서도 4% 정도 전기료를 더 내릴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한전은 환율절상추세 및 향후투자재원소요 등을 들어 당시 7% 인하 경우 오는 93년부터 적자가 날 것이라며 4% 정도 인하가 적정하다고 주장했었다.
한전은 최근 전기료 추가인하요구가 강해지면서 장기 재무전망을 다시 수정,현재의 요금수준으로도 연 2조∼3조원씩 소요되는 투자재원문제 등으로 오는 95년부터 적자가 불가피 하다며 전기료를 더 내릴 수는 없다고 종전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한전이 새로 작성한 자금수급전망에 따르면 발전소 건설 등의 투자소요로 올해 9천2백93억원,92년에는 2조2천2백34억원 등의 자금부족이 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모는 작년 7월 요금인하때 제시됐던 부족자금전망액에 비하면 각각 3천7백억원,2천1백억원이 적어진 규모다. 지난해 경우 당초 투자계획 1조7천7백69억원중 1조4천5백14억원만이 실제투자 됐으며 부족자금액도 지난 7월 제시됐던 8천8백억원 보다 5천6백억원이 적은 3천1백80억원에 그쳤다.
「경제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라지만 주요 수치가 몇달만에도 이처럼 크게 왔다갔다해 장기전망에 바탕해 전기료를 내릴 수 없다는 한전의 논리에 설득력도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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