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투자 막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주긴 하겠지만 모양이…. "

정부가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증설을 허용하겠다면서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삼성전자.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나 밝혔다. 가뜩이나 부진한 경제를 살려야 할 판에 기업이 투자를 하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팔을 걷어붙이고 투자를 독려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선뜻 두 공장의 증설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참여정부의 공약 때문이다.

두 공장의 대규모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참여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국가균형 발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첨단업종에 한해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단서가 붙었다. 국가균형발전 계획이 만들어진 다음에 허용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제는 걸릴 것이 없어 보였다.

정부 관계자도 "허용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며 곧 허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여전히 확답은 없었다.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발표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발표시기를 뒤로 미뤘다"는 게 속사정이다.

이 와중에 속 타는 것은 해당 기업들이다.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도 벌써 수개월을 허송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해 양산체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3년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부지 매입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7일에도 경제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업의 투자를 부추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뒤 김진표 부총리는 "(증설 허용은) 현재 마무리 확정단계"라고 말했다. 여전히 말뿐이다. 당장 풀 수 있는 문제를 뒤로 미룬 채 언제까지 투자 활성화 논의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송상훈 경제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