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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9·1 농구 테러'… 세계농구 선수권 4강전서 '미국 드림팀' 꺾고 결승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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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준결승에서 미국 드림팀을 격파한 그리스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왼쪽 큰 사진은 미국 격파의 선봉에 선 쇼르차니티스. [사이타마 AP=연합뉴스]

'베이비 샤크'.

키 2m6㎝에 몸무게 120㎏의 그리스 농구대표 센터 소포클리스 쇼르차니티스(21.올림피아코스)를 미국 언론은 그렇게 불렀다. 2003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를 앞뒀을 때의 얘기다. 골밑에서 공을 움켜쥐고 바스켓을 향해 점프하기까지의 동작이나 몸의 생김새는 '샤크' 섀킬 오닐(마이애미)을 많이 닮았다. 한때 몸무게가 130㎏이 넘었다는 쇼르차니티스의 훅슛은 '베이비 훅슛'으로 불렸다. 그 '베이비'가 농구 종가 미국의 꿈을 무너뜨렸다.

1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그리스는 미국 '드림팀'을 101-95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그리스가 미국을 이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쇼르차니티스는 승부의 기로였던 2쿼터에 신들린 듯 맹활약했으며 총 17분을 뛰면서 14득점 했다. 미국의 자존심은 또 한번 구겨졌다. 1994년 캐나다 대회 우승을 마지막으로 정상에서 추락, 98년(아테네) 3위에 이어 2002년(인디애나폴리스) 6위에 그친 뒤 절치부심 왕좌 탈환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잘해봐야 동메달이다.

미국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카멜로 앤서니(덴버).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 등 NBA 스타들을 동원하고 대학 최고의 감독 마이크 슈셉스키(듀크대)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유럽 농구 특유의 조직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2쿼터 3분30초쯤 조 존슨의 3점포로 33-21로 크게 앞섰을 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결승 진출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하프타임까지 남은 6분30초 동안 겨우 8점을 추가했고 24점을 빼앗겼다. 쇼르차니티스가 그중 8점을 넣으며 골밑을 휘저었다.

전반을 41-45로 뒤진 미국은 3쿼터에 무너졌다. 쇼르차니티스의 골밑 플레이에 시달린 수비수들의 시선이 골밑에 치우친 사이 그리스의 장거리포가 날아들었다. 그리스는 56-50으로 앞선 3쿼터 3분부터 3개의 3점슛을 잇따라 성공시켜 65-51로 앞서면서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그리스인 아버지와 카메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쇼르차니티스는 18세 때인 2003년 NBA 드래프트에서 LA 클리퍼스에 전체 34순위(2라운드 5순위)로 지명됐다. 하지만 클리퍼스에 입단하지 않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팔라카네스트로 칸투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다음 시즌 그리스로 돌아가 아리스 테살로니키 클럽에 몸담았다가 2005~2006시즌을 앞두고 올림피아코스 피레우스로 옮겼다.

2006~2007시즌을 앞두고도 여러 팀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쇼르차니티스는 "NBA에서 뛸 만한 기량을 쌓겠다"며 그리스에 남았다. 한편 스페인은 아르헨티나를 75-74, 1점 차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3일 오후 7시30분 사이타마에서 그리스와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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