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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Gold Miss - 그녀들의 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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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 월천공주

월수입 1000만원 그런 여자도 있다지만 …

김=결혼하라는 부모님의 성화가 심하다. 주변에서도 서른 둘이 넘으면 결혼하기 힘들다며 난리들이다. 남자를 만나야 결혼을 할 텐데…. 직장에서나 친구를 통해서도 남자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난 소개팅이 아예 안 들어온다. 주변에서 "눈이 높을 것 같다"며 지레 망설인다. "여자가 너무 잘나가면 기가 세서 안 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 말 자체가 우습다.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기가 센 여자'인가.

유=소개팅이나 선 자리에 나가는 것도 싫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 서로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난 의사.변호사처럼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다. 남자들 사이엔 '월천공주(한 달에 1000만원 버는 여자)' '이천공주(한 달에 2000만원 버는 여자)'라는 말도 있다더라. 난 고소득자도 아니다.

김=전문직이라고 소개를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법조계의 남자 동기들은 중매 자리가 쏟아진다. 나는 그렇지 않다. 동기들은 '잘난 여자'를 별로 원하지 않는다. 대부분 나이 어리고 예쁜 여자를 찾는다.

유=유학 생활에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결혼하기 쉬워 보였다. 남자들은 방학 중 두 달 만에 결혼해 미국으로 돌아온다. 결혼하려고 마음 먹으면 여자는 많다더라. 반면 여자 유학생들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

이=처녀는 넘쳐나는데 총각이 없다. 우리끼리 "총각은 죄다 농촌에 있느냐"고 말할 정도다.

# 눈높이

말 통하고 유머 있는 남자 이 정도가 욕심일까

김=고시 공부하고 연수원 졸업하니까 이십대 후반이더라. 직장 잡고 몇 년 동안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다 서른이 넘었다. 이제 주변을 돌아보니 "너무 늦었다"는 말뿐이다.

이=괜찮다 싶은 남자는 거의 유부남이다. 대부분 27~28세에 결혼했다. 남자들은 일하면서 결혼도 할 수 있다. 여자는 그렇지 않다. 내가 일찍 결혼했다면 이처럼 일에 몰두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유=여자는 아직 결혼에 따른 부담이 많다. 남자들은 아들이라고 대접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결혼한 다음에도 그렇게 살고 싶어 한다. 주변에도 결혼 후 가사를 분담하는 남자가 별로 없다.

김=그래도 결혼 적령기의 남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다. 20대 중반~30대 초반 여성까지 다양하다.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나도 이왕이면 비슷한 직업의 남자를 만나고 싶다. 유머 감각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눈을 낮추기도 싫다.

유=난 말이 통하는 남자면 된다. 어릴 때는 오히려 직업 좋고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다. 지금은 나이도 있는데 굳이 내키지 않는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끌리지 않으면 결혼이 힘들 것 같다.

이=내가 눈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 눈에 차는 남자가 없을 따름이다.

# 웨딩 악몽

결혼 날짜가 잡혀 있고 식장에 떠밀려 가는 꿈

유=주변에 남자 친구들까지 결혼을 서두르는 것을 보면 급한 마음도 든다. 이러다가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이=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애는 꼭 낳고 싶다. 자식이 없으면 나이 들어 의지할 곳이 없을 것 같다. 또 모르지. 내가 나이 들면 친구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지도….

김=요즘 생각에는 딸이 하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억지로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은 꿈도 꾼다. 결혼 날짜가 잡혀 있고 내가 강제로 식장에 떠밀려 가는 내용이다.

이=남들이 보는 시선도 부담스럽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서른 넘은 여자가 결혼하지 않으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직장에서도 흠이 된다. 성공하려면 안정된 가정을 갖고 일도 잘하는 '수퍼우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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