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재벌회장」 본토 극비 방문/박병석 홍콩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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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만의 최대재벌 대만플래스틱그룹 회장 인용칭(왕영경)씨가 두차례에 걸쳐 중국대륙의 투자환경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대만 각계가 뜨거운 논란을 빚고있다.
대만 중소기업들의 중국투자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대만 정부당국도 한눈은 뜨고 한눈은 감아주고 있는 형편이지만 공식적으로는 간접교역만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대만 최대그룹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모색은 정치ㆍ경제적으로 대만정부와 국민에 대단한 충격을 주는 셈이다.
왕씨는 지난달 중국의 하문ㆍ광주ㆍ심수 등을 방문해 투자환경을 살펴보는 한편 중국내에서도 정치적 비중이 제법 큰 복건성장ㆍ광동성장등을 직접 만났는데 중국측은 왕씨가 투자할 경우 파격적인 각종 우대조치를 구체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특히 대만 플래스틱 그룹은 석유화학 제6공장 확장을 위해 대만내에 미화 8억달러 상당의 설비투자를 한뒤 2년이 지났으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현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실력행사가 있는데다 대만정부 당국도 이를 해결치 못해 상당한 타격과 불만을 갖고있는 터였다.
따라서 이 그룹의 중국투자 적극 검토는 대만 원화가치 상승,노동력 부족과 임금상승 등 대만경제계가 당면하고 있는 일반적인 투자환경 악화라는 측면 못지않게 새로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공장확장 부지 주변 주민과의 마찰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대만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지 매스컴들은 이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논조는 대륙열에 대한 환상(?)과 「경제적 반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등 부정적 측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그가 대만에서 태어난 본성인이라는 점에서 대륙출신의 외성인이 받기쉬운 투자동기에 대한 의심은 피하고 있다.
문제가 표면화되기 직전 미국으로 피신한(?) 왕씨는 며칠전 현지의 대만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그의 중국방문에 앞서 리둥후이(이등휘) 대만 총통을 만났다고 밝힘으로써 최소한 그의 중국행을 알려주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쟁의 최일선에 총알보다 먼저 날아가는 것이 자본주의 상혼이라는 점에서 왕씨의 중국투자 시도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나 같은 분단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볼때 그의 「극비여행」은 시사하는 바가 큰것 같다.<홍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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