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시험 부정/한의계 신뢰 위해 철저 규명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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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의사가 그 입문과정에서부터 부정한 행위와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다면 그 자세한 사유가 어떠했든 국민적 지탄과 분노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드러난 집단부정행위는 크게는 의사 전체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할 수 있고 작게는 현행 한의사 시험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수사과정의 엄정성과 사후개선 방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사건의 발단 자체가 한의사자격시험에 대한 내부의 자성적 비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양의자격증 취득을 위한 국가시험은 그 합격률이 평균 95%선 인데 비해 한의의 경우 99% 이상이 합격을 하고 있어 응시가 곧 합격이기 때문에 자격시험의 본래 의미가 없다는 게 자성에서 나온 비판이었다.
따라서 한의사 국가시험은 지금껏 자격의 적부를 심사하는 국가고시이기 보다는 대학졸업이 곧 한의사라는 통과의식에 불과했음을 반증하는 형식적 절차였음을 노출시키고 있다.
둘째,비록 어려운 입학에 힘겨운 졸업을 거쳐 자격시험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겨났다 하더라도 교수와 학생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획책했다면 그 부도덕성이 우리의 분노를 사게 한다.
자격 시험이 어려워지면 채점을 후하게 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제자의 스승들에게,또 입학만 하면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안이한 사고에 젖어 대학생활을 보냈을 응시자들에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불안하고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의술이 인술의 경지에 이르기까지를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의술의 전문성과 기술이나마 충실히 연마해 적법한 과정을 거쳐 의료시술을 행하길 바라는 게 요즘 국민들의 최소한의 기대일 것이다.
이 최소한의 기대에도 못미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사가 되겠다는 학생들의 무모함이나 이들과 부화뇌동한 교수들 모두가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국민적 지탄과 비난을 받는다는 사실에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보사당국은 이번 부정사건을 계기로 의사자격의 엄정성과 공정성을 확립할 수 있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제도상의 개선과 문제점의 척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단계이긴 하지만 이번 부정사건은 특정대학의 소수학생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전국 5개 한의대 전체의 장래에 관한 문제인 만큼 철저한 수사와 아울러 그에 따른 개선방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의 집단부정사건이 한의학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기에 앞서 우리의 전통의학에 대한 신뢰를 재확립하는 디딤돌이 되게끔 노력하는 각고의 자성과 개선의지를 촉구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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