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관람석 입석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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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작년 4월 95명의 사망자를 낸 유럽 스포츠사상 최악의 축구장사고(영국 셰필드 힐스보로축구장) 에 대해 29일 발표된 조사보고서는『경기장폭력사태방지를 위해서는 뭣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스타디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결론.
9개월간의 조사를 이끌어 온 피터 테일러경은 1백9쪽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76개의 건의사항을 냈는데 주요 내용은 항상 말썽이 됐던 모든 입석을 점차 폐지하고 99년까지 완전 좌석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것.
보고서는 또 그라운드에 뛰어들거나 스탠드에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욕설을 해대거나 인종차별적인 노래를 부르는 행위 등 을 범죄로 규정하는 새로운 법률제정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건의안의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정부측 다짐과는 달리 축구관계자들은 이 보고서가 요구하는 주요 내용의 시행만을 위해서도 각 클럽이 최소한 2억5천만달러를 새로이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축구장 폭력사태에 큰 충격을 받고 유례없는 신분증제도를 도입하려던 대처수상의 당초 계획은 인권과 전통을 내세운 영국시민과 수백만 축구 팬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 보고서에서도 제외됐다.
힐스보로 참사직후 대처수상은 치안판사인 테일러경에게 『이같은 사태재발을 막기 위해 축구장에 입장하는 관객의 신분증소지와 검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었다.
이것은 축구경기장에 들어가고자하는 모든 영국시민은 국가로부터 발급받은 카드를 경기장입구에 설치된 전자감식기에 투입, 아무문제 (폭력행위전과등)가 없을 때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에 따른 것.
그녀의 이같은 발상은 즉각 영국국민들의 열화와같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에는 전통적으로 국가가 발급하는 신분증이란게 없었고 국민은 누구의 요구에 대해서도 문서형태로 된 신분증의 제시를 강요받지 않았었기 때문.
결국 테일러경도 『전자감식장치가 만일 고장날 경우 예상되는 축구장 입구에서부터의 폭력사태가 더욱 심각한 문제일것』이라고 결론.
【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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