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어라 <19>|<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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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경 아시안게임을 앞둔 한국체조는 참담하다.
서울올림픽에서 박종훈(박종훈· 수원시청)의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과 86년 아시안게임에서의 기염 (금3·은4·동6)은 꿈같은 옛일이다.
한국은 14개의 금메달이 걸린 북경 아시안게임에서 이주형 (이주형· 대구 대륜고)이 남자 평행봉에서, 박지숙 (박지숙· 전북체고)이 여자 마루운동에서 각각 은메달을 겨냥할 정도의 암담한 상황인 것이다.
한국체조는 86,88 양 대회이후 스타급 선수들의 출현도 없는데다 선수저변이 날로 뒷걸음질쳐 왔기 때문이다.
한국체조는 올림픽후 첫 국제대회인 세계 선수권대회(89년10월·서독) 에서는 남자부의 주영삼 (주영삼· 수원시청) 만이 간신히 결선에 올라 25위를 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전원 예선탈락의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중국(금3·동5) 북한(여자7위)이 엄청난 기량향상으로 세계 정상권에 진입한 것과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단체전에서 7위(한국은 17위)이나 최경희 (10위) 김광숙(14위)등의 연기는 소련·중국선수에게 뒤질게 없었다는게 당시 대회를 지켜본 우리임원들의 진단이었다.
한국체조의 문제점은 체조관계자들의 자세에도 있다.
협회임원들은 예산타령에다 자기보신에만 급급해 당면과제인 기술발전 및 선수 저변확대엔 「강 건너 불 구경 식」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해외 전지훈련 등도 임원들간의 파벌 대립으로 나눠먹기식 파견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어쩌면 한국체조의 발전은 현재의 지도급 체조인들 의 손에 의해서는 불가능 한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일부 체조인 자신들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있을 정도다. 체조중흥에 소신 있는 인물이 나서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하고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풍토 조성이 시급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현재 선수 1천1백 명은 너무나 빈약한 것이며 이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한번 대표팀에 들어가면 은퇴 할때까지 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선수층이 엷고 따라서 유망신인의 등장이 거의 막혀있다.
실제 여자대표팀의 경우대부분이 대표경력4∼5년의 노병(?) 들이다.
대표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부족으로 국제대회에서 선수 부상시 교체 할만한 선수가 없어 곤욕을 치르는 일도 예사롭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때 도 간판 박지숙 (박지숙· 전북체고)이 발목 부상중임에도 어렵게 출전, 71위라는 최하위권 으로 처지기도 했다.
소련·중국처럼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대회때 마다 새로운 선수가 나와 스타로 등극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가 된다.
또한 대표급의 우수선수가 일선 중·고교에서 육성되고 있는데도 이들 학교는 시설 미비로 부상위험이 높아 기본기 위주의 연습을·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유여중에서 일어난 박소영(박소영) 의 하반신 마비 중상도 연습장에 비트시설 (마루바닥을 깊게 파서 스펀지를 넣어 추락사고 방지) 만 갖춰졌었다면 예방할 수 있었다는게 체조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아무튼 체조는 북경 아시안게임에서 출전 종목중 최악의 성적을 올릴지도 모르는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으나 체조협회는 속수무책 인것 같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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