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품 찾는 주부발길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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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설빔을 준비하려는 바쁜 발걸음들이 한복 상가로 몰리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동대문시장 등의 한복 기성품상가는 귀향을 앞둔 직장여성들과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들로 지난주부터 크게 붐비기 시작, 요즈음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한때 자취를 감췄던 누비한복이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경향에 따라 천이 골지게 보이도록 짜여진 폴리에스터 반 두루마기(어린이용 1만5천 원선·여자성인용 2만5천 원선)도 새로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폴리에스터로 된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조끼·마고자 등 일습을 갖추는데 드는 비용은 어린이의 경우 약 2만원내외, 성인여자는 약 3만5천∼5만5천원, 남자성인은 약 3만5천∼6만원.
한복연구가 이헌정씨는『기성제품을 고를 때에는 색상·바느질 선택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설 기분을 살릴 수 있도록 색상은 밝은 색을 택하는 것이 좋다. 입어보아 팔놀림 등이 편안한지 보아야한다. 또 바느질이 일정한지, 소매·깃·동정이 실밥이 빠지지 않고 야무지게 됐는지, 동정이 깨끗한지 등도 신경을 쓰는 게 좋다.
소매의 배래가 너무 넓은 것, 깃이 너무 늦은 것은 입는 이가 둔해 보일 수 있으므로 피하라고 충고한다.
기성복이라도 약간 손질하면 맞춤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한복연구가 신난숙씨는『시장에서 파는 기성복 가운데 원단의 질은 괜찮은데도 금박무늬 등이 조잡해 전체적으로 유치해 보이는 것이 있다』고 지적하고 『아무런 무늬가 없는 옷을 사서 각자 마음에 드는 금박무늬를 입히면 독창 미도 살릴 수 있고 한결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일러준다.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금박 1마(5백원)를 사서 오린 후 원하는 부위에 대고 미지근한 다리미로 다려주면 된다.
어린이의 경우 키가 빨리 자라므로 저고리보다 치마는 한 치수 큰 것을 구입, 치마말기를 한번접어 입히는 것도 알뜰 요령이라고 신씨는 조언했다. 그러나 3∼4년을 내다보고 너무 큰 옷을 사주는 것은 활동하기에 불편해 좋지 않다.
남자어린이의 경우 한복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어깨 끈을 매준다든지, 여자어린이는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속옷이 드러나지 않도록 뒷선을 박아 통치마를 만들어 주는 것이 실용적이다.
한복 바로 입기 운동을 펴오고 있는 예다회(대한주부클럽연합회주최 주부기능대회 예절부문 입상자들의 모임) 이명순 회장은『한복은 유행보다 체격에 맞춰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행에 따라 저고리 기장을 무조건 짧게 하기보다는 허리가 길고 뚱뚱한 사람은 저고리 기장도 긴 것이 점잖아 보인다는 것. 뚱뚱한 사람은 또 정상인의 고름너비(5.6cm정도)보다 약간 더 넓은7cm정도가 안정감을 주며 배래선도 넓은 것이 좋다.
그러나 체격이 작은 사람은 배래선을 너무 둥글게 하기보다 좁히는 것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한복 입는 요령 가운데 가장 틀리기 쉬운 것이 고름매기와 대님매기. 고름 고는 왼쪽으로 오는 것이 바른 입기. 고름의 차이는 3∼5cm정도 두는 것이 모양이 난다.
한복을 입을 때 목걸이나 늘어진 귀걸이를 하는 것은 금물. 꼭 필요하다면 귓불에 달라붙는 귀걸이정도에 그쳐야 한다. 반지도 번쩍이는 것보다 밀화·옥·비취·금이나 은으로 된 가락지를 끼는 것이 제격. 굽 높은 슬리퍼나 단화구두를 신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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