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APEC회의는 안보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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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발빠른 '분리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 정부는 16일 자위대에 이라크 파견과 관련된 준비착수 명령을 내렸다. 준비착수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 현지 활동과 관련된 훈련이 시작되고 어학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사실상 미국이 요청하고 있는 연내 파견을 위한 제 1단계 조치다.

또 일 정부는 15일 오후 이라크 재건을 위해 내년에 15억달러(약 1조6천5백억원)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도 분만 따져도 영국이 2년간 지원하는 액수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나아가 내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지원할 총액은 총 50억달러로 잡고 있다. 그동안 ▶동티모르(3년간 1억3천만달러)▶아프가니스탄(2년반 동안 5억달러) 등 일 정부가 복구지원 명목으로 국제사회에 내놨던 지원금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액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이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재정상황은 어렵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미국을 배려했음을 시사했다.

이라크 복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 정부는 그동안 일본에 대해 공공연하게 "빌리언스(billions.수십억달러)를 도와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일 정부가 부시의 방일에 맞춰 화끈하게 큰 선물을 안긴 셈이다. 다만 부시 방일 도중 이같은 계획을 발표하면 "압력에 밀렸다"는 인상을 줄까봐 도착 이틀 전으로 날짜를 정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즉각 "관대하고 대담한 조치에 크게 감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 정부는 경제문제엔 철저히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15일 "이번에 일본 가면 엔고와 관련해 일 정부가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재무상과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 및 금융상은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용인된 행위며 일 정부는 적극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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