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내렸다던 강남 3구 아파트 실거래가 실제론 5.7%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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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올 3월 이후 6월까지 평균 14.4% 떨어졌다는 건설교통부의 통계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교 시점인 3월과 6월의 아파트 거래 물량이 크게 차이 나는 데다 지역별로 가격을 비교하기 어려운 통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24일 공개한 아파트 실거래가격 자료를 토대로 본지가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개 구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오히려 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교부가 8.31, 3.30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통계 자료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잘못된 통계 방식=건교부는 실거래가 보도자료를 통해 "강남 3개 구 아파트의 평당 평균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한 3월 2252만원에서 6월 1927만원으로 14.4%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강남 3개 구에서 3월 신고된 2491건의 실거래가를 아파트 크기별로 평균치를 구한 뒤 다시 전체 평균을 냈다. 문제는 6월의 거래 건수가 503건으로 3월의 20%에 불과한 데다 비교 대상 아파트들이 평형.지역별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월 통계에 포함됐던 강남구 개포동과 송파구 가락동의 주공.시영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강남구의 타워팰리스.도곡렉슬 등의 고가 아파트 등이 6월 통계치에선 대거 빠졌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라 이들 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한산해진 탓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계산법으론 3월의 평당 평균가격이 시장의 동향과 무관하게 6월보다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제대로 계산하면=본지가 3월에 이어 6월에도 거래가 이뤄진 지역의 183가구 114개 평형의 평균가격을 조사한 결과, 건교부 발표와는 달리 5.7%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건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3월 대비 6월의 평당 가격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이 1% 하락했지만 3월과 6월에 함께 거래된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하면 가격은 오히려 8% 상승했다. 건교부는 또 강남 3개 구에서 40평이 넘는 아파트의 평당 평균가격은 3월 최고치에 비해 6월엔 22.4%나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 또한 3월과 6월에 동시에 거래가 이뤄진 지역의 아파트로 국한하면 정부 발표와는 반대로 5.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건교부 발표보다 하락률이 더 커진 경우도 있었다. 잠실동 주공5단지 36평형은 7.7% 하락했다는 건교부 발표와 달리 8.7%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건교부는 서울 강북 14개 구, 수도권 5개 신도시, 6개 광역시의 실거래가 추이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성했다.

◆의도적으로 왜곡했나=건교부 박상우 토지기획관은 "3월에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6월엔 거래가 없어 분석에서 제외된 경우엔 고가 아파트도 있겠지만 저가 아파트도 많다"며 "특히 3월과 6월 동시에 거래된 아파트 수가 너무 적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실거래 건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3월 이후 실거래가가 하락한 현상만 보여줬을 뿐 전체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보도자료에서 "강남 3구는 3월 최고치에서 6월엔 14.4%가 하락하고, 5개 신도시는 16.5%가 하락하는 등 뚜렷이 안정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으며 추병직 장관도 "아파트 실거래가격의 하락은 거품 붕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한 건교부는 이번 통계를 발표하면서 "40평형대 초과 아파트 가격의 하락 폭이 큰 데는 3.30 대책이 영향을 미쳤다"며 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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