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군에 저항 내란 위기/아제르바이잔 사태 갈수록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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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몸으로 탱크 막고 무기고 습격 무장/소 보수파 반고르바초프 전열 정비
소련 아제르바이잔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태의 성격도 당초 나고르노­카라바흐지역의 영유권을 둘러싼 민족분규에서 진압병력 파견을 계기로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폭발,반크렘린적 「내란」으로 그 성격이 변질해가고 있다.
이와함께 이들 공화국의 이웃인 그루지야공화국에서도 다시 탈소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발생하고,이 사태가 파업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지위의 안위에 대한 추측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고르바초프가 실패로 끝난 지난번 리투아니아방문에서 돌아온 뒤에도 사태를 장악,아제르바이잔사태에 대해 자신이 직접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아베 전 일본외무장관을 만나는 등 외교업무를 정상적으로 집행하는 것으로 볼 때 그의 위치가 아직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고르바초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지도력이 현저히 약화됐을 뿐 아니라 그의 반대세력인 당내 보수파들이 전열을 정비,이달말로 예정된 당중앙위 총회에서 일전을 벌일 것으로 판단,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지위약화 내지 실각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서방 주요국가들의 주식시장에선 고르바초프의 실각소문이 퍼져 주식시세가 연일 급락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로선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이 숙명적 고민거리인 민족문제 때문에 고르바초프의 정치생명뿐 아니라 「소련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인 페레스트로이카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서방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철도역서 탱크도 탈취
○…나고르노­카라바흐 북쪽 겐자 부근의 한 철도역에선 아제르바이잔 인민전선소속 행동대원들이 기차화물칸에 적재중인 군탱크 4대를 탈취한 사건이 발생,이중 3대는 다시 찾았으나 나머지 1대는 행방을 알 수 없다고 소비에츠카야 로시야지가 17일 보도했다.
한편 모스콥스카야 프라우다지는 17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남쪽 아르타프프 마을에서 약 3천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현지 내무부 본부를 습격,무기고에서 자동화기 1백정ㆍ카빈소총 30정ㆍ소총 27정ㆍ권총 11정 등을 탈취해 갔다고 보도.
○산채로 화장시키기도
○…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벌어진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인들의 살상행위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목격자에 따르면 무장한 아제르바이잔인들은 떼를 지어 아르메니아인들의 가옥을 습격,이들을 창밖으로 집어던지거나 지붕으로 올라가 아래로 집어던졌으며 일부는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이기도 했다.
한편 진압군들은 바쿠시의 아르메니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시내 중심가 극장등에 집결시켰다가 항공편을 이용,대피시키고 있는데 지금까지 약 5천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바쿠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로 바리케이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는 17일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는 진압군 탱크를 막기 위해 수많은 군중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몸으로 저지.
아제르바이잔 인민전선 대변인 수아그아가에브씨는 일부 군용트럭들이 시위대에 의해 탈취됐으며 일부지역에는 자동차를 이용한 바리케이드가 구축돼 진압군의 시내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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