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어라|90아시안게임 종목별 총 점검<1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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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표선수 총 쏘는 게 왜 그 모양이야. 우리 축구선수들을 데려다 쏘래도 남조선 선수들보다 낫겠다.』
지난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 사격에서 10개의 금메달을 따낸 후(한국 1개)북한측 단장이 당시 우리대표에게 한 말이다.
그보다 2년 앞선 72년 뮌헨올림픽에서는 북한의 이호준이 소 구경 복사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후 기자회견에서『수령님의 교시대로 과녁을 적의 심장부로 생각하고 쐈더니 잘 맞더라』고 말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결국 그의 사과발언이 있고서야 메달이 지급됐지만 인체의 상반신모양의 표적지는 후에 원형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사격에서 북한의 강세는 80년대 들어와서도 계속돼 82년의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는 소길산이란 복병이 나타나 혼자 7개의 금메달을 거둬 가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후 국제무대에 거의 불참해 전력이 베일에 가린 상태다.
다만 지난87년 북경에서 벌어진 제6회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에 참가, 전통적 강세종목인 속사권총 개인 및 단체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국6개·중국22개)한 것으로 미루어 그리 우려할만한 전력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은 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에 처녀 출전한 후 사격을 전략종목으로 육성, 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이 불참한 가운데 15개의 금메달 (한국 7개)을 석권했다.
현재 중국은 남자부 자유권총·속사권총·공기소총·트랩·러닝게임, 여자부의 스탠더드소총·공기소총·스포츠권총·스키트에서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구축, 총40개의 금메달 중 적어도 20개 이상은 거두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북한과 함께「아시아3강」을 형성해온 일본은 서울아시안게임이후 관록 있는 선수들의 노쇠와 신진대사의 실패로 기량이 급전직하, 이번 북경에서는 남자공기소총과 트랩에서 1, 2개 정도의 금메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저조한 성적으로 국제무대에서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비 인기종목으로 철저히 설움을 받아온 한국사격은 86, 88 양 대회를 치르면서 도약의 토대를 착실히 마련, 지난89년 한햇 동안 실로 믿기 어려운 장족의 발전을 이룩해냈다.
유병주(유병주) 박병택(박병택·이상상무)등 기라성 같은 신인이 혜성같이 등장, 2개의 비 공인세계신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한햇 동안 24개의 한국신기록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특히 박병택은 침착한 성격에 듬직한 체구(1m82cm·78kg)로 기록의 기복이 전혀 없어 그간 중국·북한에 열세에 놓여 있던 권총에서 가장 확실한 금메달 다관 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차영철(차영철·상무)을 주축으로 이은철(이은철)과 세계 정상 권의 유명주가 가세한 소총 팀 역시 이미 아시아권은 벗어난 상태다.
그간 중국의 독무대였던 여자공기소총도 신인 진순령(진순령·성남여고)을 중심으로 이은주(이은주·한체대) 박윤숙(박윤숙·신탁은) 트리오가 세계적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어 중국과의 멋진 승부가 예상된다. 이들 셋은 연습기록도 3백90점대 이상을 항시 유지, 이변이 없는 한 1∼2개의 금메달(개인 및 단체)은 무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선수가 없어 불모지로 방치됐던 러닝타깃에서마저 지난해 초 홍승표(홍승표·상무) 라는 샛별이 나타나 정상·혼합개인에서 이미 최강인 중국선수에게3∼5점차로 앞서 금메달이 유력시된다. 사격연맹 임 변(임 변)부회장은『이번 북경대회에서는 과거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다만 89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중국·북한선수의 신표적지 기록을 알 수 없어 정확한 메달 가능치를 점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정광영(정광영)코치는『일부 신인 선수들의 국제경험부족이 마음에 걸리나 남은 기간동안 실전경험을 익혀 목표인 10개의 금메달을 획득하겠다』고 다짐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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