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중형 임대, 분당 전셋값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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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선보이는 판교 중형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가 비싸 수요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3월 서민을 대상으로 한 중소형 임대에 이어 중산층을 겨냥한 중형 임대도 비싼 임대료 논란에 휩싸였다.

25일 발표된 판교 중형 임대인 동양엔파트 임차인 모집공고에 따르면 41평형(396가구) 임대료가 보증금 4억4000만원에 월 65만원, 48평형(1가구)은 5억1000만원에 월 75만원으로 확정됐다.

분당 시세의 두 배에 가까운 임대료로 알려지자 부동산 업계와 임대청약 희망자들이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며 "정부가 임대 주택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동양엔파트 아파트의 월 임대료를 분당의 전환이율(월세를 전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이자율)인 7%를 적용해 전셋값으로 전환하면 41평형 5억5000만원, 48평형 6억3000만원 선이다. 분당에서 가장 비싼 시범단지의 47평형 전셋값이 3억5000만원 정도고, 정자동 42평형이 2억5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다.

분당 서현동 C공인 박모 사장은 "새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비싸다"고 말했으며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증금 낼 돈이 있으면 나머지를 대출받아 일반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중형 임대에 청약하려는 장모(여.39.안양시 평촌)씨는 "일반 아파트는 분당 시세의 90%에 맞추면서 임대는 왜 이렇게 비싸게 책정됐는지 모르겠다"며 "일반 아파트를 분양받을 여유가 안 돼 임대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보증금 부담이 커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사인 동양생명 관계자는 "보증금을 임대 주택 규정에 따른 한도(건설원가의 90%)보다 낮춘 80%로 정했는데 땅값이 평당 720만원 정도로 비싼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임대료를 낮추려면 택지공급 가격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 중소형 평형 임대 택지는 조성 원가의 85%에 공급되는데 중형 임대 땅값은 일반 아파트와 같은 감정 가격이다. 엔파트는 땅값이 3월 분양된 중소형 임대 땅값보다 평당 200만원 이상 비싸다. 땅값을 조성 원가로 공급할 경우 엔파트 보증금은 1억5000만원가량 내려간다.

판교 중형 임대는 주택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청약예금(서울 1000만원) 가입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4일부터 청약 접수한다. 입주 10년 뒤 분양 전환(소유권 이전)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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