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사행산업에 매일 133억씩 뜯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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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바다 이야기'다. 의혹이 꼬리를 문다. '게이트', '정책적 오류' 등 해석도 엇갈린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더 혼란스럽다.

성인 오락실이 불법인지, 도대체 뭐가 '범죄'인지 헛갈린다. 한 시민은 "국가가 도박 산업을 기간(?) 산업으로 육성, 운영하고 있지 않냐"고 비꼰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이른바 사행'성' 게임에 앞서 사실상 '도박'을 의미하는 '사행 산업'은 모두 정부가 책임자다. 수익도 정부의 몫이다.

한편으로 금연을 유도하면서 반대편에서는 담배값으로 국가 재정을 충당하는 '이중성'이 여기서 여실히 확인된다.

매일 133억씩 뜯어간다

대표적인 사행 산업은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 등이다. 모두 합법화돼 있다.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이 언더그라운드의 강자라면 이들은 제도권의 '5대 천왕'이다.

지난 2004년 한해동안 '5대 천왕'의 총 베팅액은 14조9292억원. 레저 산업의 시장규모(27조7000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또 총 베팅액에서 고객 환급금을 뺀 총 지출액은 4조8749억원로 5년전에 비해 3.5배나 늘었다. 매일 133억원의 돈이 국가가 합법화한 사행성 영업장에서 지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로또의 힘, 복권이 'TOP'

'5대 천왕' 중에서도 '넘버 원'은 당연 복권이다. 복권의 총 지출액은 1조9095억원. 총 지출액의 39.2%다. 하루 평균 52억원어치 복권을 사는 셈이다.

로또의 역할이 컸다. 전체 복권 판매 금액중 95%가 로또의 몫이다. 서민들의 '대박 꿈'을 담고 있는데다 '도박'이란 인식이 상대적으로 덜한 게 주된 요인이다.

2위는 경마(1조4925억원)다. 2002년(2조1857억원)을 정점으로 내리막이지만 속은 다르다. 베팅액 기준으로 보면 5조3303억원으로 단연 1위다. 전체의 1/3 수준으로 그만큼 '도박'성이 강하다는 것.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17,750원 50 -0.3%)(7590억원)는 3위권이다. 경륜(6126억원)과도 별 차이없다. '도박=카지노'라는 인식과 비교하면 의외다.

'5대 천왕' 소속사는 정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5대 천왕'은 '복덩어리'다. 돈을 긁어온다. 복권위원회 출범후 판매된 2조5450억원의 복권이 판매됐는데 이중 1조2200억원의 당첨금과 일부 운영비를 제외한 1조원이 복권기금으로 조성됐다.

경마는 당기순이익의 60%를 축산발전기금와 농어민사회복지증진사업에 내놓는다. 1974년 ̄2004년까지 출산발전기금에 출연한 규모만 9000억원을 넘는다. 2002년 기준으로 경기도세의 6.7%, 과천시세의 58.2%를 마사회가 책임졌을 정도다.

정부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을 해 국민의 눈을 가린다. 기금이 공익적으로 사용된다는 게 주된 논리다. 복권기금의 사용처만 봐도 과학기술진흥, 체육진흥, 근로자복지진흥, 중소기업진흥, 임대주택건설, 의료장비 구입 등 셀 수가 없다.

명분은 좋다. 그러나 실제 정상적인 세수입 확대로 재정을 확충해서 할 일을 편법으로 하는 셈이다. '조세 저항'없이 손 쉽게 국민의 주머니를 털 수 있기 때문이다.

사행산업의 소득 역진성

사행 산업의 문제점은 사행심 조장, 근로의욕 상실, 도박 중독 등 적잖다. 이와함께 '소득 역진적'이라는 점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사행산업을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소득 재분배 정책'을 강조한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예산 지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년 이뤄지는 '세제 개편'의 목적도 '조세 정의 구현'이다.

그러나 공공기금 조성을 위해 사행 산업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면 '이율배반적'이다. 사행 산업 이용자 대다수가 중산층 이하 서민이라는 이유에서다. 눈 먼 돈 긁지 말고 '세제 합리화'나 잘 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난개발'처럼 육성된 사행 산업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바다이야기' 등 사적 영역보다 61개에 이르는 복권, 본장보다 5 ̄8배에 이르는 장외 발매소 등 공적 영역의 정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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