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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거세진 「보수대연합」/청와대 회담후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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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온건ㆍ중도”… 여권에도 손짓 김영삼/“빠를수록 유익”… 입장 바꿔 김종필
보수대연합의 기류가 본격적으로 정가에 불어닥치고 있다.
12일과 13일에 있은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 민주ㆍ김종필 공화당총재의 청와대 영수회담에서는 보수대연합을 전제한 정계개편원칙에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이것이 어떻게 가시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야3당총재와의 개별회담후 발표된 노대통령의 정계개편에 대한 공식입장은 『정당의 의견도 들어보고 정국의 추이와 국민여망을 지켜본 뒤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한결같은 신중론이었다.
그러나 김종필총재가 13일 청와대단독회담직후부터 정계개편을 『서둘러선 안된다』는 종전입장을 바꾸어 『빠를수록 좋다』고 서두는 모습을 보여 노대통령과 개편에 관한 협의가 깊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닌가 추측케 하고 있다.
김총재는 회담직후 『개편은 지자제선거전에 실현되는 것이 좋다』 『혁신세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므로 혁신의 많고적음 여부는 보혁구도 정계개편에 걸림돌이 될수 없다』며 조기개편론으로 돌아섰다.
김총재가 조기개편론으로 돌아선 것은 청와대의 개편의사를 확인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김총재는 회담내용에 대해 『별로 이견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고 이수정청와대대변인도 『두사람의 시국관이 거의 같아 회담을 길게 할 필요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김종필총재가 이날 제안한 보수연합의 논리를 가늠해 보면 △제2의 도약과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정치안정이 필요하고 △통일에 대비해 안정된 자유민주세력의 결집이 필요하며 △자유민주체제의 안정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보수세력이 앞으로 30년은 집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김총재는 이런 구상이 제도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내각책임제개헌도 제안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는 민정­민주­공화 세 보수정당이 보수대연합을 통해 권력을 공유해 계속 집권한다는 것으로 이 보혁논리는 노대통령이나 여권핵심부의 생각과 딱맞아 떨어지는 구조다.
김영삼총재의 온건ㆍ민주ㆍ중도세력에 의한 신당구상도 이 보수대연합 구상과 사실상 거의같은 내용으로 민주당의 보혁개편 참여도 기정사실화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삼총재가 청와대회담에서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자신의 신당구상에 민정당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전제를 깔고있다.
민주­공화당만을 주축으로하는 소통합이 신당구상이라면 노대통령에게 이를 굳이 역설할 까닭이 없겠기 때문이다.
청와대회담에서 1노2김의 이같은 「합치」는 그동안 정계개편의 저류를 감안해 본다면 충분히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부터 김영삼총재와 김종필총재가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거의 비슷한 개편론을 제시해온 것도 따지고보면 청와대측과의 원격교감에 의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당이 개편을 주도해선 성사가 어렵기 때문에 4당체제에 불만을 갖고있는 민주­공화당과의 막후접촉을 통해 개편론을 야당측이 들고나오도록 꾸준한 설득이 있었고 공화당이 그런 역할을 맡고 나섰으며 민주당도 동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홍성철청와대비서실장과 박철언정무장관,박준규 전민정당대표가 민주ㆍ공화당과 접촉하며 합작정치의 가능성을 전달해 온 것은 사실이다.
민주ㆍ공화당이 개편론을 선창한 데 이어 민정당도 정계개편에 적극 대응한다며 당내에 개편대책기구를 두기로 한 것은 이같은 수순에 따른것이며 서로의 필요성이 합치점을 찾게됐다는 해석이다.
다만 3당의 정계개편론은 평민당을 배제한 개편이라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는 권력배분문제가 남아있고 각자 자신이 주도권을 잡는 개편을 생각하고 있는 점에서 아직 넘어야할 장애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만약 보수신당으로 나아간다면 민정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사실상 당해체를 해야 한다. 이것은 지난번 박준규발언파동에서 보듯 당내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집요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김영삼총재가 대권욕을 뒤로 미룰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보수3당이 연합한다는 게 분명해지면 김대중총재는 정부에 대한 협조자세에서 반노투쟁으로 돌아설 것이다.
이런 점에서 13일회담에선 어떤 구체적 밀약이 있었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일부에서 노­김 양자간에 공감대만 형성됐을 뿐 노대통령의 구체적 결단을 얻지는 못했다는 관측도 있다.
김종필총재가 개편발걸음을 갑자기 빨리하고 있는 것은 노대통령의 구체적 결단을 얻었기때문이라기 보다 민주당을 보혁개편론에 동참시키고 여당내부의 개편론을 활성화시키는 대세규합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시각은 정계개편의 명분을 잡고 대세를 휘몰아나가기 위해 우선 민주­공화 소연합에서부터 바람을 일으켜 나가리라는 추측도 있다. 어느쪽이든 정계개편의 구체적인 모습이 곧 수면위로 떠오를 것임은 분명하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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