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새바람 일어야/1노3김 회담 후의 정계가 할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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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랜 기간 불신과 걱정의 대상이 돼 온 우리 정치가 새해들어 본연의 모습을 찾을 것인가.
지난주에 있은 1노3김간의 연쇄회담을 보면 이젠 대립과 갈등의 정치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정착시키자는 4당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세차례의 회담에서 오간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네 당사자들이 표면상 모두 회담결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들리고 남북문제ㆍ경제난국ㆍ민생치안 등에 초당적 대처를 다짐하고 있다.
우리는 4당 영수들이 그려내고 있는 이같은 새해의 정치구도가 얼마나 안정감있고 내실있는 것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이들이 밝힌 대화와 타협의 정치,다시 말해 그동안 부정적ㆍ비정상적으로 흘렀던 정치를 정상화하자는 합의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기대하는 바 크다. 1노3김간의 회담에 이어 금주부터는 여야 간부급의 잇따른 대화를 통해 2월 국회의 운영문제,지자제 실시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협의를 할 예정이라니 영수회담의 큰 테두리 합의정신이 개별사안의 타결에 유감없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과거엔 흔히 여야가 총론에서는 합의하고도 실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각론에 들어가면 다시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았는데 모처럼 90년대의 새정치를 다짐한만큼 그런 일이 또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다.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게 될 보안법ㆍ지방의원선거법ㆍ광주보상법 등 다수의 중요 법안들은 실제 대부분 5공청산의 실질적 마무리에 해당되는 법안들이고 각 정당간에 오랜기간 이견을 보여온 사안들이 많다.
여야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님을 이런 문제들의 처리에서 보여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새해들어 확실히 정치에서 새바람을 느끼고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지만 솔직이 말해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그동안 받아온 불신과 경멸을 씻고 긍정적ㆍ생산적 정치의 모습을 회복해보자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1노3김의 회담이나 정계개편ㆍ야권통합 등의 소리가 활발히 일어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가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거나 충분한 가측성위에서 움직인다고는 보기 어렵다.
가령 1노3김의 회담만해도 보스간의 궁정정치를 연상케 할만큼 그들간에 무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일반 국민들은 물론 각 정당의 고급 간부들까지 돌아가는 내용을 모르고 있다.
보스간의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무더기로 정치생명이 왔다갔다 할지도 모를 많은 평의원들과 당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불안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각 정당이 과두적 지배체제 아래 지나치게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각 정당은 모처럼 새정치를 시작키로 한 이상 각자 당내부의 민주화를 과감히 추진해 나가기를 권고하고 싶다.
다음으로 생각할 일은 각 정당이 다투어 경제와 민생에 대한 공동대처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문제에 있어 경륜이나 타개책을 내놓는 사람도,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실공히 정책경쟁을 하겠다면 각 정당도 서둘러 새해 또는 90년대의 정책비전을 내놓을 생각을 해야하고 오늘날 발등의 불처럼 시급한 경제난국의 극복방안,치안확립,교통난 타개책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지혜와 노력을 보태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옳다.
우리는 새해들어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의 새로운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그들 스스로 말하고 있는 대화와 타협,정책경쟁,새정치 등의 신선한 개념들을 정당 체질과 실천으로 내면화하고 구체화시켜 나가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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