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경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통일위한 교회의 노력 결실 맺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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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90년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총무 권호경 목사(48)에게는 고난을 딛고 힘써온 지난 20여년의 노력이 뜻깊은 열매를 맺는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4·19의 횃불이 높이 올려졌을 때 기독교계는 그들이 자의든 타의든 외세에 의존했고 이승만 독재정권을 감싸왔다는 것을 소스라치게 깨닫고 회개했다.
기독교계의 그 같은 분위기 속에 젊은 기독교인이었던 권 목사는 도시 산업선교에 뛰어들고 민주화·인권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투옥되고 쫓기는 아픔의 세월을 겪었다.
80년대에 들어와 모든 문제의 근원에 통일문제가 놓여있다는 인식이 명확해 졌을 때 개신교의 중진목회자가 된 권 목사는 NCC를 통해 통일노력에 나섰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 남북한 기독교인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공동기도 주일 결정에 한몫을 담당했다.
2월27일은 개신교계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일본 동경에서 북한기독교인들과 만나 2월27일의 NCC총회에 대표를 파견하겠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현재 미국NCC관계자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데 15일께 내한하면 북한기독교인들의 참석여부가 최종 확인될 것입니다.
그간 네 차례나 있었던 남북한 기독교인들의 만남과 최근 유네스코북한대표의 발언등을 통해 볼 때 북한기독교인들의 NCC총회 참석은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대표들이 오면 95년 해방50년 희년 행사를 어떻게 준비하느냐, 남북교회가 한반도 통일을 위해 성경적 차원에서 어떤 실천운동을 벌이느냐, 민족공동체 재형성을 위한 노력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개신교계는 범교단적으로 북한대표 환영조직을 만들고「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희년 준비 공동위원회」도 구성한다.
『북한 기독교는 이제 가시적 교회를 가질만큼 북한사회에서 자리잡았습니다. 북한교회의 실상에 대해 여러 가지 판단이 있을 수 있으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남북한의 교회가 통일을 위한 종교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되었다고 권 목사는 믿는다.
3월5일부터 세계1백24개국 9백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열리는 정의·평화·창조 질서보존을 위한 국제기독교대회(JPIC)도 권 목사가 이끌어야할 큰 행사다.
『날로 심해지고 있는 세계적 환경오염의 문제가 창조 질서를 지킨다는 관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입니다.
또 미국·캐나다등 에서 원주민이 무참하게 박해받았다는 점에 대해 교회의 회개가 요구되고 제3세계권에 대한 이해가 촉구됩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동구권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자유화의 움직임에 그 지역의 교회가 해낸 역할이 강력하게 부각되고 동시에 이들 지역 교회가 그동안 받아봤던 박해의 실상이 보고된다.
『우리 농산물 먹기 국민운동도 NCC를 중심으로 태동되었는데 많은 단체들이 함께 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국민운동으로 전개될 것 같습니다.』
농산물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생존권을 위협받고있는 농민을 위해, 또 우리의 농업기반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절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 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권 목사는 강조한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면서 NCC총무로서 권 목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교회의 일치다. 여러 갈래로 갈라져있는 우리 개신교회가 분파작용을 지양하고 다양성 속에 일치를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프로그램을 범교단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자기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종교인」의 이합집산은 이제 기독교계에서 사라져야한다고 권 목사는 강조한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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