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첫 민간철도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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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에 첫 민간철도가 탄생했다. 남부 광둥(廣東)성 춘완(春灣)에서 광시(廣西)성 천시(岑溪)까지 139.57㎞다. 비록 구간은 짧지만 광둥과 광시를 잇는 핵심 철도여서 수익 전망은 밝다.

◆ 국유기업 보유 인프라를 민간기업에 양도=광둥 뤄딩(羅定)철도공사는 22일 광저우(廣州)에서 국유기업인 뤄딩철도공사(자산 9억1400만 위안, 부채 7억9300만 위안)의 지분 100%를 4816만 위안(약 58억원)에 순수 민간기업인 선전시 중기실업유한공사에 넘기는 양도계약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청칭보(成淸波) 중기실업 사장과 량웨이하오(梁偉豪) 뤄딩시 서기가 참석해 서명했다. 이로써 중국 철도 사상 처음으로 민간 철도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뤄딩시 정부는 1994년 춘완에서 뤄딩까지 62.15㎞의 춘뤄(春羅)선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자금 부족으로 2003년에야 완공됐다. 공사비는 총 8억 위안.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차관과 지역 채권으로 충당됐다. 그러나 지역경제의 발전이 미미한 데다 춘뤄선이 중앙과 지방으로 퍼져나가는 다른 철도와 연결되지 않는 바람에 적자만 쌓여갔다. 자연 뤄딩~천시를 잇는 공사도 착공할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철도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시 정부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2005년 2월 국무원은 "철도.항공.에너지산업을 민간에 개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령을 발표했다. 뤄딩시에 살길이 열린 셈이다. 지난달 14일 뤄딩시는 광저우재산권교역소에 뤄딩철도공사 매각입찰을 공시했다. 인수 후 3년 내에 춘천(春岑)선을 완공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뤄딩철도공사는 최고가를 써낸 중기실업에 낙찰됐다.

중기실업의 청 사장은 "외부 철도와 연결만 된다면 춘천선의 앞날은 밝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왜냐하면 광둥과 광시를 연결하는 철도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매년 2억2670만 위안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연간 투자수익 14.97%를 유지하면서 10.88년이면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수자 청칭보는=62년생으로 후베이(湖北)성 출신이다. '중국 샐러리맨의 총아' '투자의 수퍼맨' 'IT 보이' 등 별명도 많다. 그만큼 탁월한 업적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94년 7월 중국재경대학 회계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선전시 진톈(金田)실업유한공사에 취직했다. 여기서 눈부신 재무 능력을 발휘한 그는 불과 1년 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됐다. 당시 그는 회사의 영업 이익을 세 배 이상을 키워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96년 4월 지금의 중기실업발전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영업 항목은 투자자문, 기업 매수, 건설, 소프트웨어 제조 등 20여 가지다. 현재 자산 규모는 35억 위안(약 4200억 원)이다. 미국 포브스지에 중국의 신흥 부호를 대표하는 인물로 소개되기도 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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