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푸껫 여행갔다 오니 … 수만 명 카드정보 유출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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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국 푸껫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적이 있는 국내 카드 고객 수만 명의 정보가 유출돼 카드사들이 관련 고객들의 카드를 재발급하거나 거래를 정지시켰다. 현지 카드 위조범들이 한국인 여행자들의 카드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내 위.변조 카드를 제작.사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올 7월 카드 위조 사기범 T씨를 체포해 수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달 10일 비자.마스터 등 국제 카드사를 통해 국내 카드사들에 통보했다. T씨는 말레이시아의 전문 카드 위조 사기단 조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푸껫의 호텔.백화점.수퍼마켓.약국.가구점 등에서 한국인 관광객 등의 신용카드 회원 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 1위인 LG카드는 올해 1~8월 푸껫에서 카드를 사용한 회원 1만6491명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재발급 또는 해외 일시 거래정지 조치를 취했다. 또 국민카드는 3000명, 비씨카드는 600명, 신한카드는 364명의 회원에게 11일 이후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카드를 재발급하거나 거래를 정지시켰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인한 카드 재발급 등은 최근 수년 들어 가장 큰 규모"라며 "태국이 카드 사고의 온상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 해킹 등으로 인한 신용카드 위.변조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LG카드 등 6개 전 업계 카드사의 경우 2002년 203건(8억원)이던 카드 위.변조 건수는 지난해 974건(19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73건(8억원)을 기록했다.

비자와 마스터 등 국제 카드사들에 따르면 해외에서 위.변조된 카드가 한국 내에서 부정 사용된 것은 2003년 4분기 460만 달러(약 44억원)였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836만 달러로 2년 새 약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김준현 금감원 여전감독실장은 "국내에서 발행되는 신용카드는 대부분 위.변조가 쉬운 마그네틱 띠가 들어 있는 형태"라며 "국제 카드 위조 사기단들은 카드 사용 비율이 높으면서도 아직 마그네틱 띠 형태의 신용카드를 쓰고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의 관광객을 주로 노린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어나고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에서의 카드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분기 신용카드 해외 사용 실적에 따르면 4~6월 국내 카드 소지자들의 해외 사용금액(직불카드 포함)은 11억94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1.4%나 늘어났다.

표재용.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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