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린 평민ㆍ민주통합론(정계개편 바람분다: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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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말 못하지만 목표는 세대교체/소속당따라 수순차… 앞길 험난
민주당과 공화당의 두 김총재가 보수연합 구상으로 야당가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과 함께 야권내의 통합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통합파의 본류라 할 수 있는 민주당쪽은 이미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이며 최형우 전총무를 비롯한 중진급들과 김정길ㆍ장석화ㆍ노무현의원 등 소장파들이 「드러내놓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소장파들의 경우 성명문안 및 시나리오 등도 대략 준비를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전총무측은 서교동에 사무실을 마련,D데이를 1월25일 전후로 잡아 기치를 올릴 것 같다는 관측이다.
또 소장그룹의 주요 동반자인 평민당의 이상수ㆍ이해찬의원 등 평민연 일부멤버들도 8일과 9일에 걸쳐 당공식회의에서 통합문제를 제기,공론화시키는 등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통합파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4당체제의 타파와 지역성 극복』이며 나아가 범야의 총결집을 통한 『진정한 민주회복』이다.
그러나 양김의 현실적인 위세에 눌려 내놓고 목청은 높이지 못하지만 양김의 궁극적인 퇴진등 정치의 세대교체가 이들의 숨길 수 없는 속마음이다.
어쨌든 이들이 상정하고 있는 수순은 양김에게 『민주회복을 위한 대동단결』을 촉구하는 것이 첫단계다.
이같은 명분에 양김이 성의를 안보이면 일단 각각 소속당내에서 서명운동의 확산및 대규모 통합촉구당원대회등 내압을 가해 나가겠다는 것이 다음 단계 전략이다.
그러나 지도부가 끝내 불응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독자적인 교섭단체구성등 제갈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들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막판 상황까지 감안,세확장에 부심하고 있는 이들이 현재 동조자로 꼽고 있는 규모는 대략 원내 35명 안팎이다.
당별로는 민주 20∼25명,평민 5∼10명,공화및 무소속 합쳐 3∼5명선이다. 또 민주당쪽의 경우 상당수의 원외지구당 위원장을 비롯,「기층」 당원들이 가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다 평민연 출신들이 나서 재야 일부를 참여시키고 서명파에 학계ㆍ법조계까지 가세하면 세대교체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야권혁명이 된다는 구상들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는 낙관적 기대에 불과하다. 야권통합론 앞에는 난관이 더 많다.
우선 눈앞에 닥친 어려움은 상이한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민주­공화 통합을 몰고 나가는 김영삼총재의 보수연합 구상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는 문제다.
이미 김총재는 핵심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을 각개격파,예봉을 꺾었다는 후문이며 끝까지 저항하는 몇몇과는 결별도 불사할 것 같다는 관측들이 나돌고 있다.
또 통합파들 중에도 일부는 평민의 호응이 없을 경우 김총재의 구상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움츠리는 측들도 있고 국면읽기에 능한 중진들이 막판에 외면하게 되면 통합파는 한줌밖에 안남게 된다는 불안감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여기에 평민당 김대중총재가 통합움직임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느냐는 것도 또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즉 평민 김총재 입장에서는 원천적으로 통합논의가 마땅치 않지만 민주ㆍ공화가 밀월관계로 발전되는 것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통합론을 이용할 여지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평민당내의 평민연은 민주당측의 야권통합 논리와는 시각이 상당히 다른 통합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보수세력에 대항하는 진보세력의 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평민ㆍ민주당뿐 아니라 전민련ㆍ진보적 신당까지 망라한 「범민주연합」을 궁극의 목표로 삼되 우선 평민ㆍ민주당간의 「민주정당연합」이라는 소연합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가지 구도가 민주당이라는 접점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민연의 구상은 민주당의 소장ㆍ진보파를 끌어넣겠다는 것이고,중진의원들은 구신민당 뿌리를 찾아 보수야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며 김영삼총재는 JP와 연대해 민주­공화 소보수연합을 이루고 나아가 대보수연합을 목표한다는 식으로 서로 갈래가 다르다.
따라서 김대중총재는 보수야당파나 진보적 소장파를 끌어넣기 위해 야권통합파의 논리나 평민연의 민주연합론을 적절히 배합해 김영삼총재의 소보수연합론에 쐐기를 박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권내의 보수연합론과 이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간의 세력갈등이 시작된 셈이다.
어찌됐건 야권통합파들은 늦어도 1월말 이전에 『일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상도동과 청구동으로부터 보수연합 내지 합당의 선공이 나오기 전에 기선을 잡는다는 전략하에 서명확대 등을 서두르고 있어 설날을 전후해 야당가엔 개편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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