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후진타오, 매달 한차례씩 전화로 긴밀한 협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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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중앙포토)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최근 3개월 매달 한 차례씩 전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부시 대통령이 21일 후 주석과의 통화에서 최근 중국 동남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에 대해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태풍 피해를 빌미로 후 주석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8호 태풍 '사오마이'가 중국 남부지역을 강타, 319명이 사망하는 등 수재 피해를 냈다. 이날 두 정상의 전화 회담은 수재에 대한 위로 외엔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여담류의 의제였다. 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미.중 경제의 긴밀한 우호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자는 덕담을 주고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양국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며 "양국 경제 무역 관계가 발전의 추세에 올랐다"고 말했다. 과장을 더 하면 해도되고 안해도 그만인 늘 하던 얘기였다.

따라서 이날 통화의 초점은 수해 피해를 계기로 격려 전화를 하면서 원만한 의사소통의 바탕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미.중이 긴밀하게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만 외교.안보 측면에선 '중국 위협론'등으로 맞서고 있는 가상 적국 관계다. 특히 올해 후 주석은 백악관 방문 때 외교적 결례와 냉대를 받았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올 정도로 체면을 깎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 등 전략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긴밀히 공조하면서 지난 6.7월 전화 정상회담을 이어왔다.

반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선 같은 사례에서조차 신뢰 구축을 위한 감성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3호 태풍 '에위니아'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중남부 지방에 2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큰 수해를 입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위로 전문을 보내는 등 임기 이후 3차례 부시 대통령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동맹국으로서 동북아 안보의 큰 축을 함께 담당하는 한국이 중국과 같은 자연 재해로 곤경에 처했을 때 미국 정상으로부터 전화 또는 전문을 받았다는 청와대의 발표는 없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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