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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사회의 주역…미·일·EC3파전|고화질TV 개발경쟁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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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0년대 초반에는 고화질TV(HDTV)를 둘러싼 선진 각국의 개발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88서울올림픽때 개·폐회식 행사를 HDTV로 시험방송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때 일본의 공영NHK방송은 2백5곳에 대형스크린을 설치, 위성중계방송을 시작했고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등 관람객들은 머리카락 한올까지 전달하는 방송기술에 감탄했다.
일본의 그같은 시험방송에 VTR에서부터 일본에 눌려온 미국의 전자업계는 물론 행정부와 의회까지 일본의 HDTV에 깜짝 놀랐다.
미국은 이후 17개의 내노라하는 전자업체가 뭉쳐 HDTV개발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성했고 국방부와 의회는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HDTV마저 일본에 빼앗기면 가전분야에서 선두로의 복귀는 영영 물거품에 그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이었다.
HD(High Definition)TV를 우리말로 옮기면 고품위·고화질 또는 고밀도TV.
말 극대로 화면의 질이 기존 TV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선명한 TV를 뜻한다.
아직 우리에게는 단어조차 낯선 이 TV의 개발에 세계가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우선 기존의 TV를 대체하는 TV수상기 자체의 엄청난 수요가 예상되는데다 우리들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반도체·정보통신에서부터 국방·의료·교육부문까지 파급효과가 광범위하기 때문.
현재로선 시험방송을 마친 일본의 기술수준이 가장 앞서 있으나 아직 상업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로 맹추격에 나선미·EC와 함께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으로 93∼94년쯤이면 상업방송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초읽기에 들어간 HDTV 개발에 업계는 물론 국가적인 자존심까지 걸고 전쟁을 방불케하는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TV를 보다보면 화면이 작아 갑갑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오히려 거칠게 보일 뿐이다. 대형TV를 사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화면의 선명도를 결정하는 주사선(주사선)수가 기존TV는 5백25∼6백25개 정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 가정으로 전파를 보내기 위해선 하나의 화면을 몇백개의 선의 형태로 나눈 뒤 TV세트에서 전파를 다시 모아 화면에 비추게 되는데 HDTV는 이 주사선수를 늘려 화면의 밀도를 높이자는 것.
화면을 1천선 이상으로 쪼개면 육안으로는 실제모습과 거의 구별할 수 없고 대체로 1천50∼1천2백50선 정도가 적정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HDTV는 이와 함께 현재 4대3의 비율인 TV세트의 가로·세로 비율도 인체공학상 두눈으로 보기에 가장 자연스런 비율인 5·3대3으로 늘리게 된다.

<파급효과>
인류가 발명한 물건치고 TV만큼 많이 만들어 낸 것도 드물다.
전세계의 보유대수는 이미 6억대 이상이며 현재도 매년 7천만대씩 만들어지고 있다.
HDTV는 금세기안에 선진국에서부터 기존TV를 밀어내기 시작, 미국의 경우 2005년쯤이면 기존TV보다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흑백TV가 1세대, 컬러TV가 2세대라면 HDTV는 제3세대로서 21세기 안방의 주역이 되는 셈이다.
특히 미래정보사회의 주역으로서 영화·인쇄·출판의 전자화를 촉진시켜보는 문화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게 된다.
레이다·정보위성으로부터 받은 영상정보나 내시경·X레이필름으로 찍은 인체내부를 HDTV모니터에 비춰보면 종전보다 훨씬 생생한 화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국방·의료부문까지도 획기적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미일의 관련업계는 실용화초기인 90년대 중반 HDTV의 세계 시장규모가 연간 4조원을 넘어서고 2000년에는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3파전>
HDTV의 선두주자는 일본. 6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에 착수, 지난해 시험방송도 최초로 실시한 일본은 지난해 6월부터 국내40곳에 시사회장을 만들고 NHK사가 매일1시간씩 시험방영까지 실시하고 있어 상업화 직전까지 이르러 있다.
78년 영BBC방송사의 제안으로 HDTV 개발에 착수했던 유럽은 지난 86년 EC 단일방식과 이를 위한 공동개발 전략에 합의, 오는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시험방송을 하고 이후 2∼3년내에 실용화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77년 개발에 나섰으나 계속 지지부진했던 미국은 지난해 일본의 시험방송 성공이후 관련업계가 공동전선을 결성하고 정부는 해당업체에 개발비의 절반을 지원해 주겠다고 나서는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4월엔 특히 프린스턴의 한 민간연구소가 기존TV수상기를 이용한 HDTV방식의 수신에 성공, 자신감을 갖게 됐다.
미·EC는 일본에 시험방송은 뒤졌지만 상업방송에서는 따라 잡겠다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우고 있어 치열한 3파전의 양상이다.
그러나 최종적인 실용화단계에 이르기 위해선 아직 거쳐야할 관문이 많다.
최대의 걸림돌은 통일된 국제규격을 만드는 문제다.
HDTV도 미·일·EC가 추진하는 주사선수가 제각기 다르다. 이래서는 수출이나 방송교환이 되지않기 때문에 기술이 앞선 일본은 규격통일을 서두르고 있으나 미 EC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
미국은 한술 어떠 인공위성과 기존TV와는 별도로 제작된 TV세트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일본방식을 전면 부정, 기존의 지상전파망과 TV세트로도 HDTV송수신을 가능케 해야 한다는 조건을 못박았다.
일본은 미국측의 조건에 맞는 HDTV도 내년부터 개발에 나서기로 방침을 세웠으나 어느나라든 자체시장만으론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규격통일 여부가 양산의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또 TV값을 낮추는 것도 현실적인 과제. 현재는 대당 제작비가 1천만원이상 먹히고 있는데 일반소비자에게 팔려면 최소한 2백만원대까지 낮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특수목적 반도체들의 개발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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