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이 타듯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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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자 새 「신」 자의 어원은 『땔 나무』,장작이라는 뜻이다. 그 많은 의미중에서 하필이면 장작을 새로운 것에 비유한 것은 뜻밖이다.
장작은 불타면 그만이다. 나무가 재목으로 쓰이면 생산적이지만 불타버리는 것은 파괴일 뿐이다. 그러나 어떤 생산도 장작이 타는 과정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작은 파괴아닌 에너지를 의미한다. 지금은 시절이 좋아 에너지가 석유로,전기로 탈바꿈했지만 옛날엔 오로지 장작이 전부였다. 석탄도 장작의 일종이다.
우리의 현인들은 문자를 만들면서도 벌써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일까.
아무튼 우리는 신년을 맞으면서 모두들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들을 나눈다. 그러나 복은 엄밀히 말하면 농경시대의 관습이다. 글자의 구성을 가만히 뜯어보면 그렇다. 입 「구」 자가 있고,밭이 있고,그 옆에 하늘의 계시를 의미하는 볼 「시」 변이 붙었다.
서양사람들은 『행복한 해가 되기를』이라는 인사,아니면 『좋은 시간을 가지세요』라고 말한다. 어느 경우는 『굿럭』이라고도 한다. 「럭」은 원래 연수라는 뜻이다. 다분히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 표현이야 어찌됐든 새해 인사를 나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서로 행복을 축원해 주고,건강을 기원하는 것은 백번해도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정말 새해의 의미는 에너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활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갈지자 걸음으로 갈팡질팡하는 정치의 혼돈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모든 사람이 오로지 정치 하나에 목을 매고 사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헝클어지면 다른 모든 가치체계가 무너지는 혼란을 경험했다. 이제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어주고,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비전도 제시해주는 생산적인 정치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지난 몇년동안 정치 하나 잘되라고 장작불을 쉴새없이 열심히 피워왔다. 지금쯤은 쇳물이 녹아 그것이 바퀴도 되고,엔진도 되어 굴러가야 할 때다. 새해엔 새 「신」 자의 의미가 그렇듯이 에너지가 넘치는 해의 출발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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