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장 "생존 위해 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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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얼굴) 열린우리당 의장이 22일 당직자 월례조회에서 '뉴딜'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로 "세상은 변하고 만물은 변화한다"며 "제3의 길"을 내세웠다. 그는 "박정희식 개발독재는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고, 신자유주의도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 "우리의 고민은 새로운 계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뉴딜'은 재계가 신규 고용과 국내 투자 확대에 나서고, 노동계가 불법시위 중단과 임금인상 요구 자제 등을 선언하면 열린우리당이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자의 일자리 보장을 약속한다는 '사회적 대타협안'이다.

김 의장은 "(열린우리당 당직자인 여러분이)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보상을 바라지 말라"며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내가 뉴딜을 주장하니까 변절이다 전향이다 비판하지만 이대로 가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뉴딜에 참여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1980년대 재야의 핵심이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출신이다. 그의 뉴딜을 놓고 당 안팎에선 "재계 입장이 너무 부각됐다" "개혁성이 후퇴됐다"는 논란도 일었다.

그러나 그는 "콜럼버스가 달걀을 깨서 세운 것처럼 누군가 (생각을 바꾸는) 결단을 해야 한다"며 "그것은 바로 우리"라고 했다. 김 의장의 언급은 당내 진보진영에는 '의식의 전환'을, 당 바깥의 보수에는 당의 변화에 주목해 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김 의장의 뉴딜을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노선 차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지역성을 탈피한 '전국적 진보 정당'으로 뿌리내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촉박한 대선 시간표 앞에서 당과 자신의 지지율 제고를 위해 보수와의 악수도 마다하지 않는 김 의장과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시 오찬에서 김 의장이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의 뉴딜정책 지원을 요구했지만 노 대통령은 "대기업 투자보다 중소기업 투자 (부진)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답변을 유보하기도 했다.

정통 재야세력을 대표해온 김 의장이 "변절"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반면, '늦깎이 재야'격인 노 대통령이 제동을 거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김 의장의 뉴딜은 노동계 설득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2일 김 의장과 당 지도부가 '노동계와의 뉴딜'을 위해 준비했던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는 무산됐다. 민주노총이 당초 간담회 장소로 예정됐던 서울 영등포의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대신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의 민주노총 농성장으로 옮기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선 농성에 동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옥외 면담'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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