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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캠프에서 만든 꿈, 세계로 펼치고 싶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을 가진, 하지만 큰 포부를 품은 아이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캠프의 첫 날이 밝았다는 느낌이 온몸을 타고 전율을 느끼게 했다. 나 역시 맨유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초면의 어색함과 캠프에 대한 설레임을 뒤로 한 채 우린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다른 아이들도 그랬을 테지만 나 또한 몸과 마음이 들떠 있었다. 각자의 색깔을 가진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14시간의 긴 비행을 끝으로 영국 브리스톨에 도착하였고 곧장 숙소인 클리프턴 칼리지 기숙사로 향했다. 긴 여정에 몹시 피곤했던 나머지 모두들 바로 곯아 떨어졌다.

첫째날 영국의 해가 밝았다. 영국의 하늘을 처음 보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이상했다. 영국의 하늘도 우리나라와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토스트와 우유, 과일 등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힘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 새로운 아침이 밝은 것이다'

우리가 도착한 영국의 브리스톨시에 위치한 클리프턴 칼리지는 약 15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영국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시설면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학교였다. 학교 곳곳을 누비다 보면 마치 해리포터의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내가 연기하고 있는 듯한 착각조차 들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캠프는 한국 학생들만 참가하는 캠프가 아니라 전세계에서 온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는 국제캠프였다. 영어수업 그룹4에 속한 나는 스페인, 멕시코, 홍콩,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자기 소개를 주고 받았다. 당연히 어색했다.

그리고 고대하고 고대했던 첫 축구 훈련이 시작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싸커 스쿨의 헤드 코치 마이크를 만났고, 첫 훈련인 패싱연습을 통해 어색한 만남은 점차 해결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영국의 궂은 날씨였다. 오후 축구 시간이 시작되자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코치는 “This is England”라고 하면서 수중훈련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마이크 코치는 일년중 3분의 1이 흐린 날씨에 비가 오는 곳이 영국이므로 비가 온다고 해서 훈련에 지장이 생지 않는다고 했다.

빗속에 축구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수중훈련에서 금방 적응하면서 모두들 해맑게 웃으며 축구를 했다. 생각해보면 절로 미소가 생기는 정말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한국에 대한 미련이 남은 친구들을 위해 우리는 그 날, 야식으로 컵라면을 먹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둘째날부턴 영국에서의 생활에 서서히 적응하며 일정을 소화했다. 축구용어를 통한 영어로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의 흥미진진한 수업시간, 슈팅연습과 8:8의 경기 시간도 가졌다. 그날 저녁 샤워를 하며 생각해보았다. 정말 이 캠프가 설레였고 재미있으며 앞으로 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모든게 정말 신기할 뿐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영어 캠프에서 꼭 가봐야 할 맨유전용구장 '올드 트레포드 경기장'을 방문했다.

경기장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무척 붐볐다. 우리는 실제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락커룸, 기자 회견장, 메가 스토어 등 이곳에서 둘러보았다. 특히 경기장을 직접 밟으면서 박지성 형의 뛰는 모습을 상상했고 선수와 코치가 대기하는 자리에 앉아보기도 했다. 맨유구단의 전용경기장에서 보낸 하루는 내 기대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고 그곳에 갔다는 것만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나라 친구들과 서로를 잘 알게 되면서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 물론 바디 렝귀지가 주요하게 사용되었지만…. 특히 서로가 속해 있던 그룹속에서 더욱 우정을 쌓아갔다.

2주가 되는 금요일 우리는 Sill Test final과 World Cup Match 시간등 축구 캠프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었다.

2주차부터 진행되었던 Skill Test에서 우수 선수들이 선발되었고 결승전을 치루는 시간을 가졌다. 거기엔 우리 일행에서 한국을 대표하게 될 찬희도 있었고 같이 훈련을 해온 마르코, 마뉴엘도 있었다.

시합은 공을 차서 표적을 맞추는 것이었고 캠프의 모든 학생들이 숨을 죽이고 관전하였다. 뻥뻥 차올라가는 공마다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고 열띤 경쟁을 통해 마뉴엘이 우승자가 되었다. 마뉴엘은 우승 선물로 C.호나우도 사인 유니폼을 받았는데 속으로 내심 부러웠지만 박수로 축하해주었다.

World Cup은 모든 그룹 선수들을 섞어 시합을 치루는 방식이었는데 모두가 어우러지는 시간, 승패를 가르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열띤 응원 속에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소리지르던 장면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2주의 시간은 금새 흘렀다. 2주간의 맨유 축구캠프를 마치는 날, 우리는 수료증을 받으며 서로 부둥켜 안고 작별은 아쉬워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정든 친구들과의 헤어짐은 몹시 서운했지만 모두들 멋진 사내들답게 포옹과 악수 그리고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으며 훗날을 기약했다.

아쉬움을 달래려는듯 서로 서로 사진을 찍고 또 찍었고 선물도 주고 받았다. 정말 이보다 값진 시간이 있었나 할 정도의 소중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만큼 많이 아쉬웠고 짧은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앞으로 또다른 추억거리가 될 유럽여행에 새삼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3주차가 되던 주말 오전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다. 우리가 영국에 있던 당시 히드로공항에서는 미수에 그친 대규모 테러가 적발되어 영국이 긴장하고 있었 터였다.

공항에는 총을 들고 다니는 경찰들이 보일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고 우리 친구들은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럽여행의 첫번째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비행기가 모두 결항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항에서만 7시간을 기다렸지만 비행기 출발을 알리는 신호는 없었다. 의자에 앉아 피자 등으로 점심을 먹었고 이리저리 누워가며 쉬기도 했다. 선생님들은 점심도 못먹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항공편을 알아봤지만 도무지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공항과 가까운 호텔에서 아쉬운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 일행은 비행기가 아닌 영국과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기차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게 되었다. 친구들은 비행기는 앞으로도 더 탈 수 있지만 유로스타를 언제 타보겠냐 면서 재밌는 여행이 될 것 같다며 기대에 부풀어 했다.

한국에서 떠날 때는 첫 도착지를 네덜란드로 잡았지만 유로스타는 벨기에를 향해 갔고 우리는 브뤼셀에 도착 한 뒤 이 곳 저곳을 둘러보았고 (내가 잘모르는) 오줌싸게 동상을 보면서 점심식사를 했으며 곳이어 독일로 이동했다.

독일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쾰른 대성당의 웅장함을 보았고, 로렐라이 언덕의 아름다움, 2006 독일월드컵이 열린 월드컵 경기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공부가 되었다.

이제 스위스로 이동. 여장을 풀고 유럽식 저녁식사를 한 후 잠을 청했다. 아침에 알프스 산맥 중에 하나인 필라투스산 등정을 하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싣고 이동을 하는데 갑자기 하늘로부터 많은 물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날씨로 인해 스위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못 보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던 중 선생님과 상의를 한 가이드가 원래의 일정을 바꿔서 오전에 시내관광을 하고 점심 후에 산에 올라간다고 했다.

오후에 케이블카를 타고 필라투스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눈 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으며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주변의 맑고 청명한 공기는 몸 안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해주는 듯 하였다.

중간 지점에서 케이블카를 내려 가이드의 설명을 듣던 중 우리들 눈에 봅슬레이와 비슷한 것을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선생님을 조르기 시작했고 선생님과 우리는 놀이기구를 타고 신나게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정상을 향했다.

그런데 정상에 오르면 스위스의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질줄 알았으나 안개가 너무 짙어 풍경을 보지 못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 채 하산해야 했다.

유럽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과 함께 지냈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치와 쌀밥, 고추장이 정말 그리웠다.

3주동안 노력했던 영어수업, 얼굴색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각국의 친구들과 몸을 부딪히며 축구를 했던 기억, 테러로 인해 고생했던 기억 등 사진속에 하나하나 담아낸 여행의 장면들. 이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부모님과 처음부터 끝까지 돌봐준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 영어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비록 짧은 3주간의 여정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유럽에서 보낸 시간들을 통해 작은 꿈과 소망을 간직하게 되었다.

함께 했던 친구와 동생들아. 우리들이 세운 목표를 이제 세계에서 펼치자. 안녕!

최승태 (전남 영광고 1학년)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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