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상품권 한 해 27조원…지정 업체 대박 로비 치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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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의혹'의 이면엔 거래 규모가 국방예산(올해 22조5000억원)보다 크다는 상품권 암시장이 있었다. 성인오락실에선 이용자에게 돈 대신 상품권을 지급한다. 하지만 대부분 상품권을 환전소에서 할인해 현금을 받는다. '바다이야기'가 인기를 끌면서 상품권 시장이 급속히 팽창했고 상품권 시장의 성장이 다시 '바다이야기'의 보급을 확대하는 순환구조가 생겨난 것이다.

◆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품권=성인오락실용 상품권 발행 규모는 2004년까지만 해도 4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1~2년 사이 27조여원대가 됐다. 판매량이 수십 배로 늘어나면서 상품권 발행 회사들은 '대박'이 터졌다. 한 상품권 발행사의 경우 올 상반기(6개월)에만 30억여원의 순익을 올렸다.

문화관광부는 2005년 7월 상품권 발행사 지정 권한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우종식)에 부여했다.

게임산업개발원 관계자는 20일 "그동안 60여 개 업체가 100여 차례 이상 상품권 발행사 지정 신청을 했지만 19곳만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상품권 발행업체로 뽑히기 위한 업체들의 로비는 엄청나게 치열했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게임 관련 전문잡지 발행인 L씨는 "발행업체 인증을 받기 위한 정치권 로비가 있었고 여기에 연루된 정치인이 8~10명쯤 된다는 얘기가 업계에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 석연찮은 업체 선정=문화부는 2005년 3월 상품권 발행업체 22곳을 인증했지만 석 달 만에 모든 업체의 인증을 취소했다. 가맹점 현황 등 실사 결과 22개 업체 모두 제출 서류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문화부는 그해 7월 인증제를 폐지하고 지정제를 도입했다. 상품권 발행사는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을 받고▶상품권 가맹점 100개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인증이 취소됐던 22개 업체 중 11개 업체가 다시 발행사로 지정됐다.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당시 문화부의 심사 원칙은 '제출 자료가 허위일 경우 2년간 인증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런 원칙에도 어긋나게 문화부가 일부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기존 인증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지정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상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상품권 발행사 지정제를 둘러싼 법적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올 7월 창원지법은 "상품권 지정 업무는 정부가 해야 하는데 법률적 근거 없이 이를 민간단체인 게임산업개발원에 위탁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따르면 현재 상품권 공급사들은 법적 근거 없이 수십조원대의 상품권을 판 셈이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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