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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하필이면 일요일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년간을 끌어오던 5공 청산작업이 3l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회증언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 같다.
「연내」 청산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하고 마지막까지 가슴 죄던 많은 국민들은 이 같은 결말에 안도와 함께 기대를 걸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에선 인적청산만이 아닌 법적·제도적 개혁까지 요구하는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의 우여곡절을 감안한다면 이나마 다행이라는 것이 다수의 생각일게다.
그러나 이 같은 느낌을 갖는 사람들 중에도 백담사 전씨의 국회증언 날짜가 하필이면 31일이냐는데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31일은 일요일이고 연말일 뿐 아니라 3일간의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모든 사람들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구상할 때이기도 하다. 신문들도 31일에 1월1일자를 내고 휴식에 들어가는 것이 오랜 관례이고, TV·라디오는 31일엔 으레 송구영신으로 프로그램을 짠다.
우리속담에 「게으른 머슴 설날에 나무하러 산에 간다」는 말이 있듯이 그 수많은 세월 다 보내고 굳이 휴일인 마지막날에 꼭 증언을 해야 하는가.
백담사측은 『도저히 물리적으로 연내엔 안 된다』고 버티다가 31일 하겠다고 했다. 그런 식이라면 하루 이틀 앞당기는 것이 굳이 불가능하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혹시라도 연말의 어수선한 때를 이용해 국회증언을 적당히 얼렁뚱땅 넘기려는 저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잔치 치르고 욕 듣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왕에 연내증언을 결심했다면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이나 토요일쯤 하면 그런 의심은 받지 않을 것이고 「옥의 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덧붙여 전씨가 주장한 TV생중계가 이뤄진다면 국민들은 단 한번의 전씨 국회증언에 더욱 큰 신뢰를 보낼 것이 틀림없다.
전씨는 국회에서 역사의 진실을 밝힐 증언을 함에 있어 형식면에서도 전직 국가원수다운 풍모를 보여줄 것을 기대해 본다.< 이규진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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