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러운 LG카드 인수전

중앙일보

입력

한 회사가 7조원에 팔린다. 불과 2 ̄3년전만 해도 '죽음'을 목전에 뒀던 회사였다. 극적인 반전이다. 인수전도 치열했다.

인수합병(M&A)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돼 '일합'을 겨뤘다. 인수 경쟁에서 이긴 회사에는 '전략과 전술의 승리'라는 극찬까지 쏟아졌다. 채권단은 앉은 자리에서 3조원이 넘는 돈을 쓸어 담았다. '사상 최대의 M&A'로 평가된 LG카드(58,700원 1,300 -2.2%) 얘기다.

그러나 어떤 찬사나 평가보다 이번 M&A를 지켜봤던 한 관료의 넋두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 그는 "뻔뻔하다"고 했다. 인수전에 나선 이들을 향한 조소(嘲笑)였다. 2003년말 '관치금융'이라는 욕을 먹으며 금융기관에 읍소했던 때를 떠올린 듯 하다.

"모든 지원을 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콧방귀를 뀐 선수들이 7조원씩이나 베팅하다니…" 재정경제부를 비롯 관가 전체의 시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직무유기'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한 인사는 "외환은행과 LG카드의 차이가 뭐냐"고 물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위기를 당했고 치료법도 비슷했다. 이후 건강을 되찾은 뒤 팔린 몸값(7조원 안팎)도 별 차이 없다.

헌데 한 회사의 매각에는 '찬사'가 쏟아지는 반면 다른 회사의 매각에는 비판 일색이다. 오히려 '범죄'라는 딱지까지 붙어 다닌다. "비슷한 시험 문제에 비슷한 답을 썼는데 하나는 100점을 맞고 다른 하나는 0점을 맞은 꼴"(재경부 관계자)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게다가 과거 LG카드의 청산 대신 회생을 선택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외환은행 '매각 주범'으로 꼽히는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다. "다시 그 상황이 온다면 (나는) 안 살린다"

그들의 현재를 본 한 관료의 솔직한 고백이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아니냐는 핀잔에 다른 관료는 고개를 내젓는다. "지금은 아생(我生. 먼저 살아야 한다)입니다".

변해가는 관가의 현 주소다.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려했던 우리 모두의 책임도 없지 않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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