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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공단 조업단축의 충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성사 창원 제2공장의 브라운관 라인이 조업을 중단하고 삼성전관·오리온전기도 조업을 단축, 가동률이 50∼60%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다. 또 현대자동차도 수출부진·재고누증으로 조업단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기업의 조업 중단이나 단축은 경기가 나빠지면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실제로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서 만도 9월말까지 수출 감소로 인한 휴·폐업체수가 이미 1건1백90개에 달하고 있다. 9월말까지 그 정도였으니 지금은 아마 그 숫자가 훨씬 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번 금성사·삼성전관·현대자동차 등의 조업중단이나 조업단축, 혹은 조업단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는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이들 업체가 국내산업의 장래를 주도해나갈 주력업종의 주력 기업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전기·전자업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하며 자동차도 단일 업종으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종의 주력기업들이 수출부진으로 조업중단·단축사태를 빚고있다면 전후방 연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그 파장은 곁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보아야한다.
대기업의 조업중단은 그에 딸린 많은 중소 하청업체의 조업에 직결되며 저항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은 조업단축이나 일시적 중단이 아니라 바로 휴·폐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그같은 사태가 근로자들의 실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수출부진을 걱정하고 대책을 촉구해왔지만 이제 드디어 우환이 심장에 접근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부가 아직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의 요구대로 금리인하·환율조정 등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보완, 단기적으로 수출을 늘리려하는 경우 그것이 기업의 자생적 체질강화노력을 이완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국내산업의 수출경쟁력 배양을 더디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는 일응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없지도 않다.
그러나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며 장기적으로 대처해야 할 일과 응급을 요구하는 일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체력을 기르는 일이 근본적인 치유방법이라고 해서 응급환자에게 투약을 거부한다면 회생의 기회를 놓치는 수도 있다는 것을 정책입안자들은 염두에 두어야한다.
이번 조업중단·단축사태를 빚고있는 기업들이 사태를 그 지경으로까지 몰고 간 데는 물론 그 나름의 특수한 사정이 없지 않았던 듯 하다. 우리가 듣기로는 위험이 큰 중국시장을 겨냥, 지나친 실비투자를 했다가 천안문사태로 대 중국 수출이 격감, 타격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경영전략상의 문제는 물론 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험수위를 오르내리는 기업이 늘고 있고 기간산업의 대기업이 흔들린다는 것은 결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좌면우고로 시간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강·단기대책을 포함, 우리 경제의 장래를 내다볼 수 있는 비전과 정책방향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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