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세계 6대 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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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계 2위의 석유회사인 영국의 BP가 지난주 알래스카에서 송유관 부식으로 석유 생산을 중단하면서 국제 석유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온통 '다음은 어디냐'에 쏠려 있다. 노후한 시설, 생산량 감소, 테러 위험 등에 직면한 유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15일 "전 세계의 상당수 유전들이 각종 위험요소로 인해 언제라도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며 주요 유전 6곳의 실상을 집중 조명했다.

◆ 사우디아라비아 가와르 유전=추정 매장량 750억~830억 배럴. 길이 280㎞, 폭 25.7㎞로 세계 최대다. 사우디아라비아 총 원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6~8%가 여기서 나온다.

문제는 최근 들어 생산량이 매년 8%씩 줄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물이다. 산유량을 늘리기 위해 물을 끌어들여 원유지대의 압력을 높여 왔는데, 어느새 물 높이가 기름 높이까지 차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 높이가 기름 높이를 넘어서면 원유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쿠웨이트 부르간 유전=추정 매장량 660억~720억 배럴. 1991년 걸프전 때 화염에 휩싸였다. 현재 하루 220만 배럴을 생산하며 전쟁 전 생산량을 회복했다. 쿠웨이트 원유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문제는 지난 60년간 기름을 퍼낸 결과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요즘 매달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 이라크 루마일라 유전=추정 매장량 200억 배럴. 이라크 정부 예산의 95%를 차지하는 석유 수출대금 중 가장 많은 돈이 이 유전에서 나온다. 하지만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파 대립이 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곳의 생산량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이 유전의 정상 가동에 목을 매고 있다.

◆ 카자흐스탄 텐기즈 유전=추정 매장량 150억~260억 배럴. 전 세계 10대 유전 중 향후 10년간 생산량 증대가 예상되는 유일한 곳이다. 하루 26만 배럴을 캐내고 있으며 2010년에는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가 방해꾼으로 등장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원유는 흑해 연안의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로 옮겨지는데, 러시아가 '통행세'를 내지 않으면 송유관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멕시코 칸타렐 유정=추정 매장량 350억 배럴. 정부에 엄청난 세금을 내다 보니 500억 달러에 달하는 빚에 쪼들리고 있다. 따라서 신규 설비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설비 노후화로 생산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해안 유전=추정 매장량 320억 배럴. 하루 300만 배럴을 생산한다. 그러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를 외치며 석유를 국유화하자 외국인 전문가들이 대거 빠져나갔고 그 결과 유전 관리에 취약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관리비용의 급증으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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