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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과대안

콜금리 0.25% 인상 적절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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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물가상승 흐름이 우려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당초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금융시장도 금리 동결 쪽에 무게를 뒀더랬다. 따라서 금리 인상이 경기를 더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과 함께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짚어보고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회=한국은행이 지난주 콜금리를 4.5%로 올린 데 대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김영익=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금리를 올린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금리가 적정 금리 수준보다 낮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부동산 가격 안정 목적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전에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 지금은 금리 인상 타이밍이 아니었다.

▶홍순영=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었다. 물가는 안정적이며 부동산 경기도 올 초에 비해 많이 수그러졌다. 게다가 원값이 안정돼 원.달러가 하락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경기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한은은 금리를 올렸다. 경기를 냉각시킬 위험이 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한은이 모험을 한 것 아닌가 싶다.

▶박종규=장기적인 안목에서 나온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최근 4~5년 동안 단기실질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운영돼 왔다. 경기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금리가 정책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따라서 금리는 올릴 필요가 있었다. 또 지금 올려 놓아야 나중에 내릴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은이 한 것 같다. 경기가 나빠진 뒤에는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올린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예상을 깨고 단행된 금리 인상에 대해 말들이 많다.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대론과 장기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것이라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선다. 이 주제와 관련, 14일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영익 대신증권 상무(왼쪽부터)가 참석해 논쟁을 벌였다. 사진=신인섭 기자

▶사회=콜금리 4.5%가 적정 수준의 금리라고 보는가.

▶박=한은 총재가 언급했듯이 적정 수준에 근접한 금리라고 말할 수 있다. 정확한 수치를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5% 안팎을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금리인상을 두고 한은의'마이 웨이(my way)'라는 혹평도 있다. 하지만 한은은 최근 몇 달 동안 금리 인상과 관련,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경제지표가 나빠져서 금리를 올리지 않겠지'라는 전망은 시장이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 후반대다. 실제 성장률이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현재의 콜금리를 적정한 수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가 이 수준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이 금리를 올린 것을 보면 향후 경기를 전문가들과 달리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박=금리를 경기를 조절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를 내려야 하고 돈을 풀어야만 하지만 이것은 경제원론 수준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금리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히려 장기적인 물가안정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10년 단위로 볼 때 최근 5년 동안의 저금리 상황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해를 끼치고 고비용 경제구조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의 생활물가 수준이 세계 도시 중 2위라는 보도가 있었다. 중앙은행은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금리정책을 펴야 한다.

▶사회=한은은 물가 상승 기조가 우려돼 금리를 올렸다고 한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경기를 더욱 둔화시킬 것이라는 데 대한 견해는.

▶홍=현재의 물가수준은 매우 안정돼 있다.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설사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른다면 이는 소비나 투자 등의 수요 측면에서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고유가 등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국내 수요를 누른다면 경기는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번 금리 인상은 향후 펼쳐질 경제상황에 따라 평가될 것이지만, 한은이 물가에 대해 너무 엄격하게 대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근원소비자물가(소비자물가 중 변동성이 심한 유류와 농산물 등을 제외해 새로 구성한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이 상반기 1.5%에서 최근 2%대로 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3%대로 올라설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 기조 흐름에 있다는 얘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박=향후 인플레 압력이 커질 것이며, 가장 큰 원인은 고유가일 것이다. 수요에서 발생한 인플레는 아니지만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원인이 무엇이건 이처럼 인플레 압력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이를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도 물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최근 3~4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1990년대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도 노동생산성을 초과하고 있다. 이것도 물가에 영향을 준다. 게다가 2001년부터 5년간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평균 3.3%나 됐다. 우리의 15대 교역국 중 셋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물가가 안정돼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물가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또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당국이다. 한은이 물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홍=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또 고유가로 인플레가 생길 것을 우려해 금리를 올렸다고 하지만 과거의 오일 쇼크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금은 고유가 충격에 대해 준비가 많이 돼 있는 상태다. 물론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물가는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경기 후퇴라는 비용 역시 우리 경제는 치를 것이다.

▶박=2차 오일쇼크 이후에 미국은 오히려 금리를 올렸다. 인플레에 대한 기존의 정책 틀을 바꾼 것이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 인상을 한 것이 예외적인 조치는 아니란 얘기다. 또 지금 물가는 안정돼 있다고 한다. 2001년에도 그랬다. 저금리에 물가도 안정된 상태였다. 경상수지도 막대한 흑자를 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 금리가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에 저금리로 빚을 끌어다 쓴 가계의 부담이 급증했고, 결국 2003년의 소비 침체로 이어졌다. 경기 과열과 저금리 상황 등 어떤 경우라도 통화정책을 방만하게 운영하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 것이다.

▶김=이번 금리 인상은 현재 완만한 인플레 상태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경기 둔화라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사회=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더 침체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홍=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늘릴 것이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나타날 것이다. 과거엔 금리가 투자에 영향을 미쳐 경기를 움직였지만, 요즘은 오히려 소비와 더욱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경기는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박=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 가처분소득을 줄일 수 있지만, 금리가 올라 이자수입을 통해 얻는 소득이 늘어나 소비를 늘릴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가 고정된 것은 아니란 얘기다. 또 현 시점에 중요한 것은 부채가 많은 저소득층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저금리로 인해 저소득층의 부채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 상태를 그대로 둔다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이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다시 말해 저소득층에 소비 억제를 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향후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보는지.

▶홍=지금의 경제상황이 지속된다면 한은이 또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예상 밖의 사태로 인플레 압력이 커진다면 모르겠지만,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선 금리를 더 올리진 못할 것이다.

▶박=한은이 당분간 금리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처하긴 어렵다. 이번 인상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취해진 조치였다. 한은 총재도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경기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올 하반기께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여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김=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현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금리 인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 금리도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경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고 보는가, 그래서 앞으로 더욱 둔화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홍=경제성장률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정점을 지난 것 같다. 당분간 올 1분기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단기 사이클로 볼 때는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지켜보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사회=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에 관해선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박=고비용 구조인 우리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현 상태로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쉽지 않다. 한은의 정책 결정에 대해 믿음을 갖고 지켜봤으면 한다.

정리=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