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국민 감정 손상" 중국 "인류 양식 짓밟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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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8.15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아시아 각국이 비난했다.

정부는 15일 "고이즈미 총리가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반대에도 국수주의적 자세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경색시키고 동북아 역내 우호협력 관계를 훼손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해외 출장 중인 반기문 장관을 대신해 이날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는 한국 국민의 감정을 심대하게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과거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독도, 역사 교과서, 신사 참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오전 미야모토 유지(宮本雄二) 주중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한 분개와 규탄의 뜻'을 전달했다. 중국 외교부는 고이즈미의 참배 직후 성명을 내고 "이는 국제사회의 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인류 양식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강행은 중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동남아와 동아시아의 관계 강화와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콩에서는 반일단체 회원들이 거리행진을 하면서 일본을 비난했다.

한편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보부의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1973년), 재일동포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74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사건(82년)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요즘처럼 탈출구를 찾기 힘든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고이즈미 총리의 등장 이후 문제가 더욱 꼬였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는 그해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야스쿠니를 참배, 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가 함께 만든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고이즈미는 매년 한 차례씩 야스쿠니를 찾았다.

이상언 기자,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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