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맴도는 주한 미공군 '직도 사격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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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직도 사격장 문제를 놓고 지난해 10월 이후 1년이 다 돼 가도록 국방부와 군이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군 고위 관계자가 13일 밝혔다.

직도 사격장 실무 협상을 맡고 있는 공군본부 작전훈련처장 윤우 준장은 "직도 사격장 허가권을 가진 전북 군산시는 오지 말라고 하고, 정부는 방폐장 문제 이후 군이 나서지 말라고 해 지난해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이후 허송세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도 사격장 문제는 미 공군 전투기가 폭탄 투하 등 사격훈련을 할 때 결과를 자동으로 채점하는 장치(WISS)를 지난해 폐쇄된 매향리의 대체 사격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 사격장에 설치하는 것이다. WISS를 설치하면 사격훈련에 사용되는 실제 폭탄 가운데 많은 양을 폭발하지 않는 모의폭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주한 미 공군은 WISS가 설치되지 않으면 훈련을 위해 미 공군 전력의 일부를 한반도 밖으로 빼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윤 준장과의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왜 시간을 허비했나.

"군산시에서 오지 말라고 했고, 정부는 가지 말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방폐장 문제가 나자 군이 나서는 것을 자제하라고 했다(※방폐장 선정 때 군산시는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이 바람에 군산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올해 초에는 새만금 방조제 사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 사건으로 기다렸고, 이후엔 5.31 지방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해서 또 숨을 죽였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10월 SCM 이후 허송세월했다."

-문제의 핵심이 뭔가.

"정부는 직도 사격장과 관련해 지원해 주면 소음이 더 심한 웅천.태백 등 다른 공군 사격장 주민들도 큰 것을 요구할 거라며 고민하고 있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군산시와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에 대해) 섭섭한 일을 해결해야 한다며 무조건 못해 준다는 입장이다. 군산시가 (직도 사격장을) 볼모로 잡고 있다."

-군 당국이 사격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행정 처리를 위한) 모든 준비는 다했다. 산지전용 허가 설계서를 만들어 두었다(※산지전용은 토지의 종류가 산으로 돼 있는 것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것. 허가권을 산림청장이 갖고 있지만 지역 관청에 위임돼 있다). 군산시가 8월 말까지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산지전용권을 갖고 있는 산림청이 군산시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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