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예술 … 진화하는 '공사장 가림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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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 용두동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딩의 숲'으로 일컬어지는 현대 도시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새 빌딩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새 모습으로 단장하는 공사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사현장으로부터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으로 인한 시민 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 가림막입니다. 공사는 몇 개월에서 몇 년간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도시의 거대한 수직면을 에워싸는 가림막의 환경심리적인 영향은 지대합니다. 공사 가림막의 재료는 부직포에서 비닐로, 그리고 아연도금 강판으로까지 다양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서울 용두동의 서울문화재단 리모델링 공사현장의 가림막은 특이합니다. 예술가와 디자인 전공 대학생,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프로그램에 의해 독특한 외관을 조성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여러 색의 천으로 장식된 가림막은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하나의 예술공간을 탄생시킨 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림막을 도시환경 조형 요소로 활용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가설 구조물(가림막) 또한 간판의 경우와 같이 저마다의 개성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도시환경적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경우 공사 중인 건물의 정면에 정밀 묘사된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공사현장이라는 느낌이 덜 듭니다. 시민들로 하여금 가림막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기대감도 갖게 합니다. 무질서한 가림막은 스트레스를 주지만 아름다운 가림막은 시민과 작업자들을 위한 물리적인 보호 장치를 넘어 거리를 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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