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지니스] 외국인 사장-한국인 직원 '찰떡 결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전북 전주시에 본사를 둔 팬아시아페이퍼는 토착화에 모범적으로 잘한 외국 투자기업으로 꼽힌다. 1백% 외국인 투자기업이지만 7백80여명의 직원 중 사장을 제외하고는 외국인이 한명도 없다.

2001년 1월부터 팬아시아페이퍼를 이끌고 있는 노르웨이 출신의 다그 터볼드(51)사장이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 같은 공로로 최근 전주시에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우리 회사는 주주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인들의 손에 의해 공장이 돌아가고 지역사회와의 끈끈한 연대를 이어가고 있으며, 토속적 기업문화가 그대로 살아있는 한국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1999년 노르웨이의 '노르스케스코그'와 캐나다의 '아비티비'가 50%씩을 출자한 뒤 한솔제지를 1억9천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한해 신문.출판용지 1백여만t을 생산, 단일 제지공장으로는 세계 두번째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국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유럽 등 해외로 50여만t을 수출하고 있다. 다그터볼드 사장은 투명하고 열린 경영을 강조한다.

"사장실 문을 항상 활짝 열어놓습니다. 회사의 임직원 누구와도 터놓고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표시입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언제든 들어오라는 것이지요."

그는 분기별로 열리는 노사협의회 정례 모임에 반드시 참석한다. 회사 운영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직원들의 관심사도 듣는다. 또 3개월에 한번씩은 빠짐없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연다.'현장에서 내린 결정이 가장 옳은 선택'이라는 소신을 갖고 한달에 한두번은 직접 작업복을 입고 생산라인을 돌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반장급 중간관리자들과는 한두달에 한번 별도의 미팅을 한다.

이 같은 과정은 노사간의 이해를 높였다. 그 결과 창립이래 다져온 40여년의 무분규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동부로부터 '신노사문화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정된 노사관계 덕에 생산성도 10%가량 높아져 지난해 6천7백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생산설비.인력규모 등은 인수 전과 큰 차이가 없다.

터볼드 사장은 "한국인들의 강점인 ▶성장에 대한 강한 열정▶회사를 위한 헌신▶우수한 인적자원 등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기업문화를 이어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관례를 따르는 불분명한 룰이나 보이지 않는 규정 등은 경영에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