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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이제 그만 하자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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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압력을 거부해 경질됐다는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유진룡(사진) 전 문화부 차관은 12일 "그쪽(청와대)에 이제 그만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서울 광진구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부인.아들과 함께 가벼운 옷차림으로 여행용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 그는 처음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행이나 가려고요"라는 것이 그의 첫마디였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대화는 고층아파트 자택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와 차를 타고 떠나기까지 3분 정도 계속됐다.

그는 청와대가 자신을 업무수행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그쪽에서 방어 차원으로 그렇게 대응하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화의 상대방이 청와대 관계자냐고 묻자 "그건 아니고 아는 사람을 통해"라고만 언급했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제3의 인물을 통해 청와대 비서실에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는 말이다.

언론 보도에 대해선 "집으로 배달된 중앙일보 등을 봤다"는 것 외에 언급을 피했다. 유 전 차관의 말이 조금 길어지려 하자 부인은 "그런 말도 다 신문에 난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그러자 유 전 차관은 "이제부터 여행을 가려고 한다. 원래부터 가족과 함께 여행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행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길 꺼리면서 "그냥 여기저기 차를 몰고 돌아다닐까 한다. 그 다음에는 걸어서 돌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외부와 접촉을 끊고 사태의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그가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간 사이 부인은 "어른(※시집 어른들을 뜻하는 표현)들이 혹시 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신다"며 "그래서 도중에 차를 바꿔 타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인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일주일 정도 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니 잘 부탁한다"는 말도 남겼다. 이어 기자들에게 "아들 방학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더 길게 여행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잠시 뒤 유 전 차관이 차를 몰고 나타났다. 그는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짐을 실은 뒤 기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수고하셨다"는 짧은 인사를 남긴 채 은하늘색 쌍용 로디우스를 몰고 떠나갔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前] 문화관광부 차관(제7대)

1956년

[現]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1956년

[現]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

1964년

[現] 변호사김영수법률사무소 변호사
[現]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이사장
[現] 한국농구연맹 총재

1942년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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