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식투자 동아리, 전문기관 ‘뺨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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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1991년부터 시작된 대학가 주식투자 동아리는 IMF 때 찬서리를 맞았으나 2000년 이후 활기를 띠고 있다. 이들 동아리는 과거 증시 공부가 주목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투자에도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 단위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전문 투자기관 못지않은 수익률을 내?있는 동아리가 여럿 나타났다.

전국 대학 중 투자 동아리가 있는 곳은 20개 가량이다. 이들 대학 투자 동아리의 평균수익률은 적게는 연 10%부터 많게는 30%대에 이른다.

특히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와 홍익대 H. I. STOCK의 경우 연 30%로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한다. 증시가 활황이던 지난해에는 건국대 금융연구회가 70~80%대에 이르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경대 증권투자 클럽, 연세대 Y. I. G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지난해 주식에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 수익률 평균은 62.9%. 대학생 투자 동아리도 지난해 평균 약 40%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또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성장형 펀드 수익률 23.575%와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투자 동아리들의 평균기대수익률 16.5%를 비교해 봐도 이들 동아리의 수익률이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동아리 내에서 개인투자도 활발하다. 연세대 Y. I. G 회원 우봉래(법학과 3학년)씨는 2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지금은 2800만원까지 운용 자금을 늘렸다. 연세대 Y. I. G 회원 이충재(경영학과 4학년)씨는 초기 자본 200만원을 굴려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를 충당했다.

펀드특별팀 운용하기도

투자 동아리 학생들은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공부도 한다. 평균 일주일에 한 번씩 3~5시간 정기모임을 하는데 이때 기업 재무 분석부터 포트폴리오 구성까지 다양한 논의가 오간다.

홍익대 H.I.STOCK은 동아리 회원 전체가 펀드 운용에 직접 참가한다. 회장 이시언(회계학과 4학년)씨는 “여러 전공을 가진 학생들은 한 기업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펀드팀이 따로 구성돼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대 가치투자연구회가 대표적이다. 서울대 한가영 투자연구회 회장(경영대학원 2학년)은 “과거에는 동아리 회원 모두가 투자처를 선택했지만, 기동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펀드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동아리 내 펀드운용 팀이 여러 개인 학교도 있다. 전남대는 동아리 내에 3개의 팀을 두고 있다. 각 팀은 펀드매니저, 어시스턴트, 트레이너, 애널리스트로 구성된다. 최소 인원으로 팀을 구성하여 팀원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동아리 자본금은 어떻게 형성될까? 서울대·한양대 등의 경우 동아리 회원들이 일정액을 내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 기업에 용역을 제공해 받은 보수, 각종 투자대회에서 받은 상금 등을 종자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이 돈의 성격이 동아리 펀드의 운용 기간을 결정한다.

학생들이 갹출한 경우 1년 주기로 펀드를 운용하는 예가 많다. 매년 신입생과 졸업생이 나오기 때문. 이 경우 보통 단기펀드는 3개월, 장기펀드는 1년 단위로 운용된다. 투자주기가 짧은 학교도 있다. 전남대는 단기는 1주, 장기는 3개월로 규정돼 있다.

“실전투자 경험은 바람직한 일”

반면 홍익대는 장기펀드는 4년, 단기펀드는 6개월부터 1년 단위로 운용한다. 회사체제로 운영되면서 졸업생이라 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동아리 자금이 있는 경우도 있다.

고려대 신태용 가치투자연구회 회원(경영학과 4학년)은 “창설 때에는 각자 자금을 투자했다. 투자한 원금은 본인이 모두 회수했지만 이때 얻은 수익금이 지금은 동아리 자체 자금으로 이용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투자동아리의 공통점은 ‘가치투자’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가치투자란 투자처를 선택할 때 회계원리나 기업가치 평가 등 재무적인 방법과 기업문화, 성장 가능성, 독창성 등 비재무적인 방법을 같이 분석하는 투자방법을 말한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투자처를 선택할 때 수차례 직접 회사를 방문해 그곳 직원들과 직접적 유대를 형성한다. 심지어 그는 CEO 성격 및 즐겨 입는 복장에까지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생 투자동아리에서 본격적인 가치투자를 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게 현실이다. 전남대 송상민 BLASH 회장(경영학부 4학년)은 “가치투자를 하고 싶지만 펀드가 1년 주기로 운용되기 때문에 가치투자를 하기에는 기간이 짧다. 그래서 기업의 재무 분석과 시장 동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경영학)는 “유대인들은 돌잔치 때 아이들을 위해 가족과 친지들이 펀드를 만들어 준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공부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며 대학생들의 투자활성화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실전으로 경제를 익히면 우리도 경제 빅10에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대박 터뜨린 대학생

5000만원 투자로 6억 벌어

고려대 신태용(경영학과 4학년)씨는 2002년 5000만원을 투자해 2006년 현재 6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시장에는 좋은 물건이 낮은 가격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것이 신씨의 투자 비결이다.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신씨는 “시장의 흐름을 살펴 주가가 올라가는 초기 시점에 주식을 산다”고 밝혔다. 그는 이익을 내는 데 필요 이상의 시간이 소비돼선 안 되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학생임에도 그는 프로처럼 기업을 방문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난 후에 투자를 결정한다. “부동산을 구입하기 전에 직접 가서 보는 것과 같아요. 이사부터 생산관리직까지 만나보면 어떤 회사인지 감이 잡히지요”

그도 초기에는 ‘단기 대박 신화’를 꿈꿨다. 시장 흐름을 좇다가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자본금은 바닥이 날 지경이 됐다. 그러던 중 ‘가치투자전략’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책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과외 등으로 5000만원을 모아 투자를 시작했다. 지금은 단기 흐름은 무시하고 저평가된 물건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리더스클럽은…

전경련 후원 받는 최대 연합동아리

영리더스클럽(YLC)은 ‘미래의 시장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하기 바라는 대학생들의 연합 동아리다. 2001년 시작해 올해 6년째로 현재 9기까지 배출했다.

총 회원 수가 1600명에 달하며 기수마다 400명씩 선발하고 있다. 매주 세미나가 열리며 출석률이 낮을 경우 제적하는 등 엄격하게 운영한다. 그럼에도 가입하는 데 최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전경련과 학계인사 250여 명으로 구성된 ‘YLC 양성위원회’가 동아리를 후원한다. 이 단체에 속해 있는 인사들은 YLC에 참가해 현장 경제 교육을 진행한다. 매주 특강을 하거나 23명의 CEO가 대학생에게 1대 1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수도권 3개 (관악·신촌·안암), 지방 4개 (충청·전북·경북·경남)로 나눠 활동하고, 방학 때는 우수회원 100명을 선발해 심도 있는 수업을 한다. 이번 여름방학 캠프에는 우리투자증권의 김종욱 회장, 이화여대 오수근 교수와 홍익대 박재희 교수가 강연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토론회와 기아자동차 산업시찰도 있었다.

박은혜 인턴기자

자세한 기사는 이코노미스트 850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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