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그늘, 웃음으로 승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안젤리나 졸리가 오늘 아침에 또 한 명을 입양했답니다. 그게 누군지 아세요. 바로 저예요. 제가 입양인이거든요."

최근 세번째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발표한 미국의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를 소재로 한 우스개다. 이 우스개로 미국인의 배꼽을 뺀 한국계 여성 코미디언이 있다. 에이미 앤더슨(34).

그는 1972년 태어난 지 다섯달 만에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11~13일 해외입양인 연대가 주최하는 입양인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8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이 대회에서 그는 '미국 연예계에서 일하는 입양인'이란 주제로 발표를 한 뒤 같은 무대에서 코미디 공연도 할 예정이다.

그는 요즘 미국 코미디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른바 '뜨고 있는' 코미디언이다. 각종 TV 프로그램과 공연 출연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2004년엔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코미디언만이 출연하는 '찹스틱(젓가락)'이란 코미디 공연으로 화제가 됐다. 앤더슨은 "친부모님을 찾을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의 입양기록에 '신생아 때 거리에 버려졌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는 "나를 버린 친부모님의 처지를 이해한다. 하지만 양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에 행복하다"고 했다.

앤더슨은 입양인 출신이라는 자신의 개인사를 코미디 소재로 즐겨 사용한다. '앤젤리나 졸리'개그도 그 중 하나다.

원래 그는 음악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성악과 기악을 전공했다. 96년 코미디 강좌를 들은 뒤 코미디에 푹 빠져 진로를 바꿨다. 그는 "사람들을 웃게 해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코미디가 좋고,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한국말도 모르고 한국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도 아는 것은 없지만 한국계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한국인은 친절하고 열정적이고 자부심 강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코스비 쇼'처럼 자신의 이름이 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앤더슨의 꿈이다. 앤더슨은 3년 전 백인인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자와 결혼했다.

연규리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