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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325명 … '코드'가 낙하산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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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진룡 문화관광부 전 차관의 전격 경질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 전 차관이 산하기관 인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물러나게 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산하기관마다 능력있는 적임자를 선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임기 후반기 들어 정치인 출신이나 측근 인사의 '봐주기식' 기용이 부쩍 늘고 있는 실정이다.

◆ 최근 늘어난 낙하산 인사=최근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신임 감사로 김남수 전 청와대 비서관을 임명했다. 공직자 골프금지령을 어기고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뒤 자진 사퇴했던 김 전 비서관이 사퇴 4개월 만에 공기업의 감사로 복귀한 것이다. 김 감사의 경력은 전기안전공사와 별 관계가 없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청와대가 미는 386세대 운동권 출신의 김모 회계사를 감사로 선임하려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등 반발에 부닥쳤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달 24일에 이어 10일 두 번째 감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지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감사 후보 확정을 연기했다.

낙하산의 주역들은 정권 창출에 공이 많거나 열린우리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정치인 출신이 많다. 국회의원 출신인 박양수 광업진흥공사 사장,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집권 후반기 들어 여권 인사들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의 빈 자리를 찾아 인사 운동을 펼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이력서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전언이다. 2003년 전후해 임명됐던 기관장 중 상당수의 임기만료 시기가 겹치면서 새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얼마 전 임명된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권재철 한국고용정보원장 등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며, 열린우리당 후보로 국회의원으로 출마했던 임좌순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박공우 변호사는 수출보험공사 감사, 중소기업진흥공단 감사로 각각 임명됐다. 가스안전공사 감사에도 최동규 전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실장이 임명됐다. 한국전력공사가 올 들어 임명한 자회사 감사 5명 중 열린우리당 당직자 출신이 3명이었다. 민주노동당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정부 산하기관의 상근직 임원 가운데 낙하산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모두 32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정치인 출신이 162명, 관료 출신이 163명이다. 기관장(121명) 외에 감사(88명)도 주요 보직 중 하나다.

◆ 문제점은 없나=노무현 정부 들어 기관장 추천제와 공모제 등을 도입했지만 제도보다도 '코드'가 맞는 사람만을 선호하는 인사철학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모 경제부처는 산하기관의 기관장으로 두 명의 인사를 청와대에 추천했지만 청와대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과 동향인 다른 사람이 임명됐다. 해당 부처에서 2~3배수 추천을 해도 청와대가 거부하고, 미리 점찍은 사람을 추천하도록 하는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낙하산 출신들의 경영실적이 신통치 않은 것도 문제다. 기획예산처의 '2005년도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자료에 따르면 하위 7개 기관 중 2곳의 기관장과 6곳의 감사가 정치권 출신 인사였다.

홍병기 기자

◆ 이백만(50) 홍보수석=1983년 매일경제신문 기자로 출발해 한국일보 경제부장.논설위원,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 20여 년의 언론계 생활을 접고 2004년 국정홍보처 차장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고교 교장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총장'이라고 해 한때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올 2월 노 대통령이 직접 홍보수석으로 발탁했다. 최근에는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올려 정책을 홍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양정철(42) 홍보기획비서관=1989년부터 6년간 언론노보 기자를 지냈다. 언론보좌역으로 2002년 노무현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출범 초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언론 관계에 강경 주장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블로그 인사말에서 "저는 논쟁을 좋아한다"고 소개할 정도. 지난해 9월에는 정부가 주최하는 '디지털방송 선포식'과 관련해 삼성 측에 행사 비용 분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어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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