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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사냥을 허함…돈만 많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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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도 나옵니다. 주머니 두둑한 포수(砲手)를 모십니다."

최근 중국 서부 쓰촨(四川)성의 중심도시 청두(成都)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에 중국 린예(林業)부의 이색 공고문이 실렸다.

'2006년 추계 국제 야생동물 수렵한도'라는 점잖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실 내용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첫 사냥대회를 연다는 공고였다.

눈길을 끈 것은 사냥 대회 참가자들을 경매를 통해 모집한다는 것. 특정 동물을 대상으로 최고액을 써내면 수렵 허가를 내준다. 낙찰 받은 동물이 아니면 옆으로 지나가도 보내줘야 한다. 경매에 오른 동물은 야생 야크.큰 뿔양 등 국가 1.2급 보호동물 14종 289마리다. 팬더곰처럼 천연기념물급인 야크의 경우 시작가만 4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고액이다. 경매에 참가한 엽사(獵師)들은 낙찰받은 동물 사냥 허가증을 받아 쓰촨.신장(新疆).칭하이(靑海).깐수(甘肅).산시(陝西).닝샤(寧夏).네이멍구(內蒙古).후난(湖南)지역을 돌며 사냥할 수 있다. 주로 중국 서북부와 장강 중류 지역으로 산악.고원지대다.

경매는 국제수렵대리자격을 갖춘 국내기관 및 여행사가 참가할 수 있다. 보증금만 10만위안(약 1200만원)에 달한다. 자격을 갖춘 기관은 중국 야생동물보호협회.부녀여행사 등 4개 기관이다. 이중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제일 먼저 경매 참가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동물을 낙찰받은 여행사 등은 '수렵 패키지'관광상품으로 개발해 해외의 돈 많은 포수.엽사들을 모집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린예(林業)부 야생동식물보호사(司.局에 해당) 왕웨이 부사장은 "먹이사슬의 최상층 동물들이 사라짐에 따라 천적이 없어진 야생동물들의 개체수가 해마다 증가,서식밀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악화된 서식환경을 수렵제도를 통해 조절해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고가 나가자 네티즌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간이 나서서 환경보호가 된 게 있었나.그냥 놔두는 게 자연에 보은하는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주류였다. 특히"중국의 자연을 내주고 초고가 사냥 상품을 파는 여행사만 배불려주는 졸속 정책"이라며 질타하는 의견도 많았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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