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화 직배 제한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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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화에 뜻을 둔 영화 학도로서 지금의 UIP 직접 배급에 대해 몇가지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한다.
흔히 일반적으로 관객들은 영화 그 자체만을 생각하고 그 본질과 이면에 담긴 갖가지 의미와 영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듯 하다. UIP직배가 가져오는 문화적 침략이나 우리 영상 문화의 퇴보에 대해서는 지극히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그 예다. 이 점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첫째 저질·퇴폐가 아닌 UIP영화의 직배는 괜찮은가. 둘째 UIP직배의 문제는 단지 한국영화의 질만 향상되면 해결되는가. 셋째 UIP 직배가 가져오는 결과는 무엇이며, 대부분 오락 영화인 할리우드 영화는 무해한가 등이다.
영화의 완성을 제작에서부터 배급을 통한 재생산 토대를 갖추게 될 때까지의 과정으로 본다면 UIP직배가 갖는 문제는 이 영화의 배급 망 (일류 개봉관)의 장악과 통제에 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제작자와 극장 주는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 사업가이기 때문에 상품으로서 질이 높은 국산 영화 제작보다는 수입 오락 영화를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 아래서 이들은 돈벌이와 직결되는 외화 수입·상영을 위해 국산 영화는 단지 의무 상영 일수만 채우는 수단으로 밖에 취급되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스크린 쿼터제」(국산 영화 의무 상영)라는 구조하에서 국산 영화는 저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외화 수입으로 돈을 벌어 보다 좋은 영화 제작을 위한 여력이 생기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금 몇몇 의식 있는 감독들의 자성과 한국 영화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이때에 UIP직배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하게 되면 아무리 질 좋은 영화가 나온다 하더라도 국산 영화의 상영 공간이 없게 된다.
결국 재생산의 토대를 얻을 수 없는 한국 내 영화 산업은 몰락 할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우리다운 영상 문화 창조는 고사하고 UIP의 퇴폐·오락 영화가 미칠 수 있는 좋지 않은 영향이다.
한국 영화의 자생력을 위해서 UIP영화 직배를 제한 또는 금지하는 내용의 영화 관계법의 전향적 개정이 절실하다.
박만규 <서울 중구 필동 2가 17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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