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달 26일 입법예고한 민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여성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배우자가 재산의 절반을 상속하는 조항에 대해서다. 여성학자들은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했다"고 주장한다.
◆ "가사노동에 대한 지나친 평가"=여성학자들이 주축이 된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모임'은 지난달 27일 민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왜 배우자의 상속분이 50%인가"에 집중됐다. 이화여대 조순경(대학원 여성학과) 교수는 "가사노동의 가치가 높고 가정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는 비율이 높지만 이 사실만으로 배우자 절반 상속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예컨대 월소득 200만원인 가족에 비해 월소득 2000만원인 가족의 주부 가사노동의 가치가 10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재산 균등 분할이 법적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박혜경(여성학) 박사도 "재산 분배에서 절반의 몫을 여성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여성을 지나치게 옹호하고 페미니즘(여성주의)이 여성의 이익 챙기기란 인상만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배우자의 기여분만큼 상속 배우자에게 먼저 주고 나머지 재산을 자식을 포함한 상속자들이 균분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 "부부 공동재산제 도입해야"=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룬 재산은 공동의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 중 절반은 원래 한쪽 배우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재산 절반 상속에 앞서 부부 공동재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각자의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은 각자의 것으로 한다는 부부별산제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은 "현재는 부부가 재산을 같이 일구고도 남편의 명의로 등록하고 있어 여성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최혜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