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당 지도부 성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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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호용 의원 공직사퇴를 전제로 5공 청산 문제를 풀어가려던 여권의 의도가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
22일 열린 민정당 대구·경북지역 의원 간담회에서 정 의원지지 의원들이 연내종결을 목표로 야당 측과 협상에 나서는 당 지도부의 방침을 맹렬히 성토.
l2명의 발언자 대부분이 「특정인의 사퇴반대」를 강력히 주장했을 뿐 아니라 일부 협상 옹호론자들도 이에는 동조하는 기색을 보였을 정도여서 간담회의 대세는 정 의원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 당 지도부는 해명에 바빴다.
당 지도부는 당초 변경이 없음을 천명했고 당 지도부측 입장을 옹호하는 협상파들도 열세에 몰림으로써 정 의원 문제는 풀기 힘든 미로에 빠져버렸다.
더욱이 정 의원 지지파는 사퇴반대 서명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의원들은 눈치나 보고있어 이들의 조직적 반발을 당 지도부의 힘으로 깨기는 어려울 것 같아 노 대통령 부재중 해결은 불가능할 것 같다.
▲이춘구 사무총장=연내에 당의 주도로 모든 문제를 처리하고 협상을 통해 마무리하겠다.
개인적 문제는 증거에 의한 사법적·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절대 처리하지 않는다.
▲박준규 대표위원=마음을 툭 열고 얘기하라. 보도과정에서 잘못된 얘기도 있었으나 당론변경은 없었다.
▲이치호 의원=5공 청산이란 무슨 뜻인가.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노 대통령이 공약한 것은 과거에 대한 청산일 뿐이다.
특히 특정인 처리에 있어 만약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협상을 한다면 그것은 위법·위헌적 행위일 뿐 아니라 6·29정신에 위배된다.
3 김씨 중 한사람은 144회 임시국회에서 지금 백담사로 간 양반이 서울을 떠난다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청산해 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그분이 떠나고 나서 그는 다시 친·인척비리를 들고 나왔고 오늘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는 신뢰에 바탕을 둬야하는데 3 김씨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국민의 공통된 의사다. 청산을 떠들고 있는 그들은 청산의 채무자가 아니다. 내가 듣기론 김대중씨는 청산을 결코 바라지 않고 질질 끌고 가려한다.
▲김용태 의원=당론 변경이 없었다면 오늘 왜 간담회를 할 필요가 있었나. 대표, 총강 얘기를 들으면 당론을 변경해 협상해야 한다는 걸로 들린다.
야당이 주장하는 5공 청산은 민정당에 상처를 내기 위한 작전이다.
3 김씨 중 한사람은 5공 청산이 하늘의 명령이라고 떠들고 다니는데 대통령선거에서 자기가 아니면 안되겠다고 해서 야권통합을 못 이룬 사람 중 하나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는 대통령 병 때문에 어떤 일이 어떻게 처리돼도 분풀이나 한풀이해야 한다는 걸 정확히 알고 협상하라.
▲황병우 의원=당 지도부가 슬기롭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줄 아는데 지도부가 결론을 내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도리인 것 같다.
▲오한구 의원=당론은 언제나 변경될 수 있으나 협상을 위한 편의주의에 의해 소수의견이 채택돼서는 안 된다.
사안에 따라 위임할 수도 있으나 과거청산과 광주문제 만큼은 위임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화합의 상징인 6·29선언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최운지 의원=총장은 당론을 변경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 당론변경을 전제로 한 얘기는 않는 것이 좋겠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만큼 당론관철을 위해서도 우리가 일치 단결하여 지도부를 밀어줘야 한다.
▲이진우 의원=협상은 꼭 필요하나 협상에는 첫째 법의 테두리 안에서, 둘째 당론의 법주에서, 셋째 운명의 대상이 되는 자가 있다면 그 대상자가 나와서 협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동윤 의원=연내에 당 주도로 협상한다는데 과연 어떤 협상을 할 것인지 답답하다. 어떻게 보면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인 것 같은데 중진회담에 들어가기 전에 몇 말씀 해주면 의문이 풀리겠다.
▲정창화 의원=과거청산에 시각 차가 있는데 문제해결의 종말이란 견해와 새 문체의 시발이란 견해가 있다. 시각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그 동안 여당은 협상에서 얻은게 없다. 겨우 정치판을 깨지 않은 것 정도다.
팔·다리 다 주고 몸뚱아리만 남았는데 이렇게 해서야 되겠는가.
▲박 대표=정 의원이 한 말씀해달라.
▲정호용 의원=제 문제가 초점이 돼서 많은 말씀과 걱정을 해주셨는데 잘 들었다. 개인적으로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아까 정창화 의원이 좋은 말했는데 시각에 따라 내가 퇴진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종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문제발생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사태가 지금까지 전개돼 온 것 같다.
나에 대한 일들이 동지들이나 당,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필요하다면 나는 내 자신을 언제나 버릴 수 있다.
어떤 사람은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를 하라는 논리도 전개하고 있으나 내가 원하는게 있다면 당은 시각 차를 좁혀줬으면 한다.
총재나 나라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나는 값없이 물러날 수는 없다. 내가 물러나 정국이 안정되고 나라가 잘된다면 그런 결과를 위해서 나는 어떤 봉사나 희생도 할 각오가 돼 있다.
그런데 내가 물러나야 할 것같이 문제를 만들어 정국을 혼란시키고 나라를 어지럽힌 사람도 같이 물러나야겠다.
즉, 김대중씨가 정계를 은퇴하면 나도 물러나겠다. 이 문제를 중진회담에서 제의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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