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나보다 빠른 수비수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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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 차두리(26.마인츠)는 이제 프랑크푸르트의 11번 공격수가 아니다.

FSV 마인츠 05에서 2번을 단 오른쪽 풀백 수비수다. 그는 항상 아버지 '차붐' 차범근 수원 감독과 비교돼야 했던 힘겨움을 떨쳐내기 위해 자신만의 아우토반을 선택했다. 여전히 공격수로 성공하기 바라는 아버지를 설득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월드컵대표로 뛰지 못하고 축구해설위원으로 보낸 2006 독일월드컵. 그는 필드에서 얻는 것 이상을 가슴속에 품고 홀로서기를 다짐했다. "나보다 빠른 수비수는 없다"는 자기 주문을 걸며 '공격하는 수비수'로 나선 그는 소속팀 마인츠의 10위권 진입과 수비수로 다시 한번 태극호에 탑승할 날을 꿈꾸고 있다.

◆ 獨 키커 "가장 빠른 오른쪽 라인될 것" 기대

마인츠는 올시즌 새롭게 영입한 두 명의 '총알탄 사나이'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지난 시즌까지 자르브뤼켄서 활약했던 오른쪽 공격수인 카들리 암리(21)는 프랑스와 알제리 이중국적으로 기술이 탁월한데다 순간 돌파력이 뛰어나다.

차두리가 그 뒤를 받치며 순간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로를 모색한다. 독일 최고의 축구 전문지인 키커는 '차두리-암리 라인이 독일 내에서 가장 빠른 오른쪽 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마인츠의 공격층이 그리 두텁지 않아 그가 전진 배치될 여지는 남아있다.

◆ 골은 보너스로 즐겨라

그에게 골은 아버지만큼 해낼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그는 평소 절친한 독일 대표팀의 왼쪽 풀백인 필립 람을 역할 모델로 정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 마인츠서 달기 시작한 등번호 2번은 본인의 이름인 '두리'를 뜻한다. 그는 최근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역할(수비수)을 맡는다고 해도 골을 넣는 게 금지된 것은 아니다. 골은 내게 수비를 튼튼히 하면서 누릴 수 있는 하나의 보너스다"고 자신했다.

◆ 클로프의 '섬기는 리더십' 첫 10위권 진입 목표

마인츠가 1963-1964시즌 출범한 분데스리가에 첫 진입한 것은 2004-2005시즌. 이후 2년 연속 11위를 차지하며 분데스리가에 잔류했다. 섬기는 리더십의 대가' 위르겐 클로프(39) 감독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

학자풍의 젊은 감독은 강압적으로 이끌기 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으며 자율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는 지도스타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율적인 분위기는 차두리가 새로운 꿈을 준비하는 데 수월하다. 그 시작은 1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홈인 브루크벡 스타디움서 벌어지는 보쿰과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이다.

최원창 기자 [gerrard@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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